[시론] 한·중FTA, 이젠 中비관세장벽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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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수시장 선점 길 튼 협정체결한국 역사상 최대 경제협정이라 불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능가하는 잠재력을 지닌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는 더할 것이고, 박근혜 정부의 최대 실무적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무한경쟁 앞서 산업체질 개선하고
진출기업 애로사항 해소에 힘써야"
최원목 < 이화여대 교수·싱가포르국립대 방문교수 wmchoi@ewha.ac.kr >
한·중 경제는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어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하면, 한국의 대(對)중 수출은 2% 증가하며 실질 GDP에 0.22~0.38% 증대효과가 발생한다. 한국 또한 중국의 4대 교역국이다. 이렇게 급속히 가까워지는 양국 경제가 FTA를 맺은 것은 단순히 교역촉진 차원에서가 아니라 서로 제도적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함이다.한·중 FTA는 민감한 통상현안들을 적극적 협의와 분쟁해결 체제를 통해 풀어 불필요한 외교적, 국민감정적 마찰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주변지역에도 ‘도미노 효과’를 발생시켜 한·중·일 FTA,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실크로드경제권 구축 노력에 긍정적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중 경제협력 제도화가 북한에 대한 장기적인 평화유지 압력으로 작용하기에,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양측이 투자, 위생검역, 기술장벽, 경쟁, 환경, 전자상거래, 지식재산권, 분쟁해결 분야에서 포괄적인 문제해결 체제를 구축한 것은 그 의의가 크다.
그럼에도 중차대한 통상협상을 정치적 일정에 맞춰 급하게 마무리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상품 시장접근 분야에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결국 막바지에 손쉽게 타협해 서로 개방정도를 낮춰 버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애로사항인 비관세장벽을 해소하거나 당국의 반덤핑조치 남발을 방지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부문의 네거티브 개방(유보하지 않으면 개방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 문제도 2년 후 협상개시 의제로 미뤘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지만 정치적 결단은 이뤄졌으므로 이제는 한·중 FTA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대표적 수혜업종인 화학제품, 기계, 전기전자 분야에서 최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소기업 업종인 고무, 플라스틱, 화학물질, 목재제품들도 관세절감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관세철폐에서 제외된 자동차산업은 중국 현지진출을 가속화해 현지생산 체제를 확대하고, 한·중 FTA의 투자자보호 규정들을 활용해 투자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전기전자 부문은 한국이 앞서 있지만, 10년 안에 한국도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으니 중국제품들과 벌거벗고 경쟁해야 한다. 10년 후 한·중 산업경쟁 시대를 대비한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농수산물 분야는 수입액 기준 40%에 대해서만 관세를 철폐키로 했으니 쌀, 양념채소류, 육류, 과실류, 민감수산물 등 웬만한 민감품목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됐다. 고품질 먹거리 제품개발로 대중 수출시장을 개척해나가는 한편,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산물 부문은 체계적 지원과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이제 한국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FTA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이들 간의 게임에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발판을 마련했다. 급속한 헤게모니를 추구하며 자원약탈 전쟁을 벌인 1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일본, 글로벌 단일지배를 꿈꾸며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자초한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평화적인 부상(peaceful rise)’을 추구하는 중국의 주요 경제파트너가 된 것을 의미한다. 이런 파트너십이 아시아 경제통합의 디딤돌이 되도록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다.
최원목 < 이화여대 교수·싱가포르국립대 방문교수 wmchoi@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