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오바마 '20분 회담'…"北 비핵화 노력 더욱 강화"

베이징서 韓·美정상 '약식회담'

한·미·일 협력 등 논의
의제조율 제대로 안돼…장소·시간 급히 잡혀
한·중 밀월에 美 견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북핵 위협에 따른 대북 공조 문제와 동북아 정세 등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

한·미 정상 간 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날 두 정상은 베이징 외곽 휴양지 옌치후(雁栖湖)의 호텔에서 만났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전날 APEC 갈라 만찬 때와 폭죽 관람장에서 두 차례 대화를 나눴고, 이날 회담 이후에도 정상회의장까지 같이 걸어가면서 추가 협의를 하는 등 충분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이날 두 정상 간의 본 회담은 오찬 후 오후 1시50분부터 시작해 20분 만에 끝나 공식 회담이라기보다는 환담 수준이었다. 회담장도 정상회의가 열린 장소 내 소규모 회의실에 마련됐으며 배석자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한정했다. 미국 측에선 수전 라이스 안보보좌관, 우리 측에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주 수석이 배석했다. 정상회담 후 통상적으로 발표하는 공동 성명도 없었다.

회담 결과는 주 수석이 구두로 브리핑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관련 국가들의 단합된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2명이 석방된 데 대해 박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두 정상은 앞으로도 북한 정세 및 관련 대책에 대해 다양한 수준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한·미·일 3국 간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회담에서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다자무역체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설명했으며, 관련 대화가 오갔다고 주 수석은 전했다.한편 이날 한·미 정상회담 장소와 시간은 오찬에 임박해 급박하게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대표단이 전날 늦게 베이징에 도착하는 바람에 회담 시간과 의제 등을 조율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한때는 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양국 회담 준비 실무단은 우여곡절 끝에 이날 업무 오찬 직후와 정상회의 세션2가 끝나는 오후 4시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마지막 조율을 벌이다 오찬 후로 회담 시간을 확정했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 세션2가 끝난 오후 늦게 박 대통령을 직접 찾아와 짧은 환담을 나눴다. 애벗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간곡히 부탁했다고 주 수석이 전했다.

베이징=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