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美싱크탱크 동원한 日 '독도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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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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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이트에선 독도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함께 ‘분쟁 지역’을 뜻하는 붉은 색으로 표시했다. 또 ‘일본과 한국이 분쟁 있는 섬을 놓고 공방을 벌인다’는 기사를 독도 사진과 함께 실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한국계 인사는 “독도를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지도와 사진을 통해 교묘하게 독도가 분쟁 지역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고 전했다.이 사이트는 그린 일본석좌가 주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2005~2006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그는 대표적 지일파(知日派) 인물이다. 도쿄대에서 공부했고 일본 말도 능숙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독도를 국제법상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전략을 꾀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도 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브루킹스연구소가 마리화나 합법론자인 피터 루이스 프로그레시브보험사 회장으로부터 50만달러를 기부받은 후 마리화나 합법화를 옹호하는 세미나를 자주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크탱크에서 기부자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일본이 미국 싱크탱크에 기부하는 돈은 한국보다 최소 5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은 물론이고 기업 기부금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CSIS만 봐도 한국은 6개 기업이 기부하는 데 비해 일본 기업은 25개에 이른다고 한다. 싱크탱크를 앞세운 일본의 ‘간접 도발’을 막으려면 한국도 로비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