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한·중·일 정상회담 열자" 깜짝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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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3 정상회의 연설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를 ‘깜짝’ 제안했다.
외교 고립 우려에 '돌파구'
내년 초 정상회담 가능성
위안부·센카쿠 갈등이 변수
박 대통령은 이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아세안이 보여준 협력 증진과 갈등 해소, 신뢰 구축의 모범을 동북아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라며 “협력의 공감대가 동북아 3국 간 협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지난 9월 서울에서 한·중·일 3국 고위관리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머지않은 장래에 3국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고, 이를 토대로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중·일은 매년 두 차례 정도 3국 정상회담을 열어왔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가 시작되면서 2012년 5월 베이징 회의를 마지막으로 2년 넘게 열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담 카드를 꺼낸 것은 최근 외교 고립 우려가 제기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게 상황 변화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한국의 외교고립 우려가 제기되자 박 대통령은 같은 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연내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개최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박 대통령이 이날 갈라만찬에서 아베 총리와 나란히 앉아 비교적 긴 대화를 나누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양국 국장급 협의의 진전을 독려키로 하면서 3국 관계의 재구성 조짐이 가시화했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 흐름에 공세적으로 접근해 국면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3국 외교장관 회담이 순조롭게 열린다면 이르면 내년 초 3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에 대한 해석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와 별도의 양자회담을 하고 태국 정부가 진행 중인 대규모 물관리 사업과 관련, 한국수자원공사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결과를 존중해줄 것을 요청했다.
태국 물관리 사업은 25개 강 유역을 묶어 종합 개발하는 11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수자원공사는 이 가운데 6조2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하는 계약을 지난해 6월 체결했다. 하지만 올해 5월 쿠데타로 정권이 바뀌면서 물관리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 수자원공사의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 지위도 흔들리게 됐다.
박 대통령의 요청에 프라윳 총리는 “수자원공사의 우선협상 대상자로서의 지위가 회복되도록 앞으로 관련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답했다.
네피도=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