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호샤 사장 vs 르노삼성 프로보 사장, 둘 다 외국인 CEO인데…달라도 너무 다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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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목소리 높이고 외부행사 참여 확대…보폭 넓히는 호샤국내 완성차 메이커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는 두 명이다. 한국GM의 세르지오 호샤 사장과 르노삼성의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국내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라는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경영 행보를 보면 다른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GM 내수비중 늘며 정부 정책변화 적극 대응
대외활동 자제…품질·원가절감 집중…내실 다지는 프로보
수출물량 늘어난 르노삼성…품질향상에 더욱 신경
호샤 사장은 최근 들어 대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GM 철수 가능성을 물으면 “지금 투자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전면 부인한다. 이에 비해 프로보 사장은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자동차 품질 및 생산성 향상 등 내치에 치중하고 있다.◆비교되는 언행 눈길
호샤 사장은 석 달 새 기자들을 세 번 만나게 된다. 올 8월 말과 지난 7일 언론 앞에 선 데 이어 오는 17일에도 만남의 장을 마련한다. 외부 행사에도 적극 참석한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16개 주요 기업 투자간담회에 외국인 CEO로 유일하게 참석했다. 자주 모습을 보이면 한국GM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5일 글로벌 여성 리더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열린 ‘여성 컨퍼런스’와 지난달 시각장애인들이 자전거 국토 구간 종주를 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행사에 잇따라 참석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였다.
이에 비해 프로보 사장은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다. 지난 8월 준대형 세단 SM7 노바를 선보이면서 언론 앞에 선 정도가 사실상 외부 행보의 전부다. 5회 이상 간담회를 연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발언 스타일도 뚜렷한 차이가 있다. 호샤 사장은 회사 경영과 관계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해명한다. 8월에 “GM이 옛 대우자동차를 헐값에 인수했다”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주장에 대해 “GM은 대우차를 인수한 뒤 한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선 “한국의 규제가 자동차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프로보 사장은 자동차에 국한해서 얘기한다. 8월 SM7 노바 출시 행사에서도 자동차 홍보에만 집중했고 이달 사내 방송에선 “차량 품질 유지와 원가 개선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180도 바뀐 상황미묘한 회사 상황 변화가 CEO들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초 GM 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GM은 소형차 크루즈의 수출 시장을 잃어버렸다. 한국GM은 연 15만대에 달하던 크루즈 판매량을 모두 수출로 대체할 수 없다고 보고 내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올 들어 10월까지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12만3928대로 2002년 한국GM 창립 이후 사상 최대치였다. 전체 생산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율도 10%대에서 25%대로 올랐다.
결국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GM이 내수 판매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호샤 사장이 영업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2012년 3월 선임된 호샤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어떻게든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프로보 사장의 입장은 반대다. 르노삼성이 8월부터 닛산 로그를 위탁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50%대였던 수출 비중이 사상 최대인 66%를 넘어섰다. 수출 초기인 만큼 무엇보다 품질이 중요한 때라는 게 프로보 사장의 판단이다.성장 배경도 다르다. 호샤 사장은 브라질 상파울루 빈민가에서 태어나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졸업해 1979년부터 30년 넘게 GM에 몸담은 정통 GM맨이다. 반면 프로보 사장은 프랑스 이공계의 엘리트 코스 중 하나인 에콜 폴리테크닉과 파리 국립광업학교를 나와 프랑스 재정경제부와 국방부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2년 뒤늦게 르노에 입사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