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용해 러에 특사 파견…김정은 러시아 방문 길닦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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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푸틴 면담할 듯북한이 권력 서열 2위인 최용해 노동당 비서(사진)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에 파견한다고 14일 발표했다.
"고립 탈피·중국 견제 포석"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최용해 동지가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 연방을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최용해가 특사로 가는 만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최용해의 방러와 관련,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우리 정부 관계자는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 이후 전통적 후원국인 중국과 외교적 관계가 소원해졌다. 최근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 처리 등을 둘러싸고 미국 등 서방국가와도 대립하는 양상이다.
북한은 최용해의 방러를 통해 북·러 정상회담 개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용해의 방러 성사는 북한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9월 이수용 외무상을 시작으로 고위급 인사를 잇달아 러시아에 보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드미트리 야조프 전 소련 국방장관의 90세 생일행사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외교적 고립감이 심해진 것도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정상회담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먼저 추진해 고립을 풀려고 할 것”이라며 “최용해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의 정치군사 협력이 보다 긴밀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용해는 최근 권력 2인자에서 밀려난 듯 보였지만 방러는 그의 입지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