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계의 名家 랑에운트죄네, 모든 부품 匠人이 수작업…명품 뛰어넘은 '위버 럭셔리'

신세계백화점 럭셔리 전문관 입점

무브먼트·밸런스 스프링 등 직접 생산
1년 간 5000개 소량 제작
2000만~3000만원부터 수억원대 호가
'랑에1' 출시 20주년…한정판 내놔
그랜드 랑에1 문 페이즈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14일 새로 문을 연 명품시계 전문관. 스위스 유명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독일 브랜드 하나가 눈길을 끈다. 랑에운트죄네다.

국내 소비자에겐 아직 발음조차 익숙지 않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위버 럭셔리(uber luxury·일반 명품보다 더 비싼 최고급 명품)로 인정받는 브랜드다. 가격이 최저 수천만원에서 시작해 억대를 넘나든다. 박한수 신세계 해외명품담당 바이어는 “랑에운트죄네는 뛰어난 기술력에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유명해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벤츠나 BMW가 독일 자동차 기술력의 상징이라면 랑에운트죄네는 독일 시계산업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이 브랜드의 역사는 18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크시대 전성기를 누렸던 삭소니아 지역의 수도 드레스덴에서 멀지 않은 글라슈테에 터를 잡고 대를 이어 특색 있는 시계를 만들며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세계 2차대전 때 주요 제조시설이 파괴되고 회사가 정부에 압류되면서 맥이 끊기는 아픔을 겪었다.

랑에운트죄네는 1990년 독일 통일을 계기로 과거가 아닌 현재의 명품시계로 부활한다. 설립자 페르디난드 A 랑에의 증손자인 발터 랑에가 선대의 가업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면서다. 1994년 명품 시장에 다시 등장한 랑에운트죄네는 골드 플래티넘 등 고급 소재를 활용하며 무브먼트, 밸런스 스프링 등 시계의 핵심 부품을 직접 만든다. 세계 명품시계 업체 중 이런 자체 기술을 보유한 곳은 흔치 않다.
랑에운트죄네의 간판 컬렉션은 1994년 선보인 ‘랑에 원(Lange 1)’이다. 손목시계에 대형 날짜 창을 적용한 최초의 모델로, 시·분침 등이 시계판 중앙에서 벗어나 배치된 오프센터 다이얼로도 유명하다.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하우스의 시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 속 깊숙한 곳까지 장인이 수작업으로 깎고 다듬어 화려하게 장식했다. 랑에운트죄네는 최근 브랜드의 부활을 이끈 ‘랑에 원’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을 내놓기도 했다.

점핑 플레이트 기술을 적용한 ‘랑에 자이트베르크(Lange Zeitwerk)’ 컬렉션도 이 브랜드의 자랑거리다. 다이얼 양옆에 큼지막한 숫자로 시와 분을 표시함으로써 정확한 시간을 쉽게 볼 수 있는 우수한 가독성이 강점으로 통한다. 모든 시계는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창업자의 철학을 담아낸 클래식 워치 컬렉션 ‘1815’, 우아한 보석 세팅이 돋보이는 여성용 컬렉션 ‘삭소니아(Saxonia)’ 등에서도 랑에운트죄네 특유의 고급스러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랑에운트죄네는 연간 5000점 안팎의 시계만 만드는 소량 생산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소수의 VVIP를 공략하는 것이다. 1997년에는 워치메이킹 학교를 만들어 시계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