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블랙홀' 가정간편食, 라면 넘봐
입력
수정
지면A21
국·찌개 등 쉽게 조리… 빵·시리얼 수요 빨아들여
롯데마트서 매출 50%↑
"올해 1조7000억 커져…2조 시장 라면 맞먹어"

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먹거리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HMR이 빵 라면 시리얼 카레 선식 등 기존 식사 대용식의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먹거리 시장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HMR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조3000억원에서 올해 1조7000억원으로 30%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 2조원대 초반인 라면 시장을 1~2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다.반면 HMR 매출이 급증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식품이 적지 않다. 이마트에서 올 들어 지난달까지 라면과 빵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7.3%와 2.6% 감소했다. 아침 대용식 중 하나인 두유 매출도 19.8% 급감했다. 롯데마트에서도 라면(-7.4%)과 시리얼(-12.2%), 분말카레(-15.3%), 선식(-21.4%)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HMR의 가장 큰 장점은 밥, 국, 찌개 등 ‘집밥’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리 씻어서 손질한 채소, 고기와 국물을 낼 수 있는 육수를 냄비에 넣어 끓이거나 전자레인지로 데우기만 하면 된다.
맛도 재료를 일일이 사서 요리할 때와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6일 선보인 ‘대구 송림동태탕’ HMR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주부 패널 60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참가자의 90%가 식당에서 만든 동태탕과 HMR로 만든 동태탕 사이에 맛의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종류도 국과 찌개뿐만 아니라 곰탕 삼계탕 등 탕류, 떡볶이 등 간식, 파스타 등 서양 요리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업계에서는 1~2인가구가 늘고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것을 HMR 시장의 성장 배경으로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HMR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20~40대 남성이 54.2%를 차지했다.
오민국 세븐일레븐 신선식품팀장은 “혼자 사는 남성들이 퇴근 후 집 근처 편의점에서 HMR을 많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유승호/강진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