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원 모자' 낙찰받은 김홍국 하림 회장

'불가능은 없다' 나폴레옹의 상징…"도전정신 배우고 싶다"

나폴레옹 썼던 칼·은잔 등도 함께…내년 완공 논현동 신사옥에 공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각(二角) 모자를 26억원에 낙찰받은 사람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림그룹은 김 회장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퐁텐블로의 오세나경매소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대리인을 통해 188만4000유로(약 25억8000만원)에 이 모자를 낙찰받았다고 17일 밝혔다. 모자 경매가로는 역대 최고가다. 경매소 측은 당초 낙찰가로 50만유로 정도를 예상했으나 김 회장과 한 일본인 사이에 경쟁이 벌어지며 예상보다 4배 가까이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188만4000유로에 낙찰된 나폴레옹의 이각 모자.

하림그룹은 한국인이 이 물품을 낙찰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낙찰자와 그 배경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나오자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냈다. 하림 측은 자료를 통해 “김 회장이 ‘불가능은 없다’는 말로 대표되는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높게 평가해왔다”며 “도전하는 기업인이 사라진 국내에서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고자 모자를 구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서울 논현동에 내년 완공 예정인 하림 신사옥에 이 모자를 전시해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낙찰된 나폴레옹의 검은색 펠트 모자는 나폴레옹이 지휘하던 부대의 수의사에게 선물한 것이다.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해왔기 때문에 크게 닳지 않은 상태다. 모나코의 현 국왕 알베르 2세의 증조부인 루이 2세가 수의사의 후손으로부터 이 모자를 직접 사들여 왕실 소장품으로 삼았다가 이번 경매에 내놓았다. 모나코 왕실은 왕궁 보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경매에 나섰다고 밝혔다. 나폴레옹의 모자 120개 중 현재 남아 있는 모자는 19개뿐이며 이 가운데 2개만 민간인이 소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모자 외에도 나폴레옹이 썼던 칼, 은잔과 함께 당시 화가가 그린 나폴레옹 초상화 등을 약 11억원에 낙찰받았다.

김 회장은 어린 시절 키웠던 병아리 10마리를 기반으로 연간 매출 4조8000억원대의 종합 축산기업 하림그룹을 일궜다. 김 회장은 평소 ‘안전지대를 떠나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등 도전과 개척정신을 강조해왔다고 하림 관계자는 전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