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최수현 금감원장 "연이은 금융사고 다시 한번 송구하다"

= “금융업계 관행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났지만 이는 시장이 살아있고 제도가 움직인다는 증거”

= “공직자로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어떻게 사회에 돌려드려야할지 고민하겠다”… 청와대 사퇴 압력설에 대해서는 부인

사의를 표명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이은 금융사고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최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2층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연이은 금융사고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후진적인 금융사고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연명의 시에서 ‘응진편수진’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물러날 때는 깨끗하게 처신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1년8개월간 금감원장으로 일했던 소회를 밝혔다.

최 원장은 “금융업계의 관행을 바로 잡고 법과 원칙에 의해 금융질서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에 대한 따가운 눈총이 있었고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 등 파열음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요란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시장이 살아있고 제도가 움직인다는 방증”이라며 “금융감독원의 변화를 이루기 위해 소리가 나는 것은 필연의 시간이고 감독당국이 참고 견대내야만 하는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감원을 떠나면 저는 곧 잊혀지겠지만 금융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꿈과 열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금융감독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존귀한 자리로 사적 관계나 이익을 위해 남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직자로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면서 “이렇게 받은 혜택을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떻게 돌려 드려야할지 고민하겠다”며 이임사를 마쳤다.

이임식에는 280개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임직원들이 참석했으며 최 원장은 이임사를 읽고 직원들의 꽃다발을 받은 뒤 바로 금감원을 떠났다. 당초 1층 로비에서 임직원들이 줄서서 최 원장에게 인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최 원장은 인사를 다 받지 못하고 건물을 빠져나갔다. 최 원장은 청와대의 사퇴압력설에 대해서는 “그런 것 없다”고 짧게 말했다. 박종서/허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