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서리 의미의 '상고대'는 순수 우리말 입니다

한 달여 전 2014년 10월 14일, 국내 언론들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사무소의 발표를 인용해 일제히 이런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국립공원 설악산 기온이 이날 새벽 한 때 영하로 떨어지며 대청봉과 중청봉 일대 나무에서 올 가을 들어 처음 상고대 현상이 나타났다. 대청봉 기온은 오전 6시께 영하 1도를 기록한 데 이어 오전 10시께는 0도, 풍속은 초속 1.8m를 기록했다.” 관련한 기사엔 아래의 이미지가 붙었습니다.
/2014년 10월 14일 설악산 상고대 관측=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사무소 제공
그런데 이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전송된 한 뉴스통신사의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잠시’ 혼란스런 상황이 조성됐습니다. 한 어쭙잖은 댓글러가 “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기사에 나오는 ‘상고대’란 단어는 일본말에서 나온 것인데 어떻게 언론이 쓸 수 있냐”고 비판을 가한 것입니다.

그 댓글은 순식간에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수많은 네티즌의 지지를 받으면서 ‘베스트’ 위치에 떡하니 올랐고요. 때문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고대가 (어마어마한 오해 속에) 어쩌면 ‘퇴출’해야 할 낱말로 까지 치닫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관련 댓글은 (인터넷 검색의 수고도 아끼는) 황당한 네티즌의 거짓부렁이라는 게 금세 드러났지요. 이 주장에 의문을 느낀 다른 네티즌이 인터넷 검색을 한 뒤 덧글을 통해 “순수 우리말인 상고대를 이처럼 매도하는 저의가 대체 무엇이냐”고 엄중하게 꾸짖었기 때문입니다.아무튼 이는 인터넷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해프닝으로 여겨집니다. 그로부터 5주 정도가 지난 오늘 11월 20일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에 ‘상고대의 의미’가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네티즌의 검색이 많은 모양인데요.

이 때문에 각종 인터넷 기반의 언론이 제목에 상고대의 의미를 충실히 반영해 관련기사를 비온 뒤 솟는 죽순 마냥 생성중입니다. 심지어 어떤 기사는 지난달 설악산 상고대 관측 기사를 재탕하는 경우도 등장한 실정입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상고대는 순 우리말입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명사 ‘상고대’는 “나무나 풀에 내려 눈처럼 된 서리”라고 풀이합니다. 좀 더 길게 설명한다면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미세한 물방울이 나무 등에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을 피운 것 같은 현상”을 일컫습니다. 어원은 ‘산고대’{대=ㄷ+아래아+ㅣ}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고대는 다른 말로 ‘나무서리’ 또는 한자인 ‘樹霜’ [수상] 樹氷 [수빙]으로 불리기도 하지요.
2013년 덕유산에 핀 상고대=덕유산사무소 페이스북 공개 이미지
상고대는 특이하게 발생하는 자연 현상으로 분석됩니다.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춰졌을 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곳저곳 아무데서나 관측되지도 않습니다. 주로 늦가을 또는 초겨울에 해발 1000m가 넘는 설악산이나 덕유산에서 가끔 관측 보고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호숫가에서도 발생되기도 합니다.

기상 과학계에 따르면 물은 기온이 섭씨 0도 아래 [영하]로 떨어지면 얼음이 얼지요. 사정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액체 상태로 그대로 남는 미세 물방울 [안개나 구름]이 있습니다. 이를 ‘과냉각상태의 물방울’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게 0도 이하의 온도를 지닌 주변 나무의 탁월풍 [특정한 지역에서 일정 기간 동안 가장 우세하게 나타나는 바람]이 부는 쪽으로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생성되는 것이 상고대입니다. 해가 뜨면 금방 사라집니다. 상고대는 주로 나무 위에서 발견되지만 이와 비슷한 서리의 경우 땅 위에 내려앉는 게 보통입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