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8세기 박물관은 귀족 전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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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박물관의 탄생박물관은 그 이름처럼 온갖 종류의 소장품을 한 공간에 모아 보여주던 곳이었다. 얼마나 많은 유물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명성이 좌우됐다. 시대가 흐르자 박물관에 대한 평가 기준도 달라졌다. 박물관은 이제 수많은 소장품을 이야기와 주제 속에 담아내는 능력에 따라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도미니크 풀로 지음 / 김한결 옮김 / 돌베개 / 296쪽 / 1만5000원
《박물관의 탄생》은 16~18세기 유럽부터 유럽 문화가 전 세계에 전파된 19~20세기까지 세계 곳곳에 세워진 박물관의 역사를 쉽게 정리했다. 박물관의 유래와 역할 변화, 국가와의 관계, 세계적 추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초창기 박물관의 소장품은 대부분 왕가와 군주들, 부르주아의 컬렉션이었다. 그들은 비슷한 계급에만 자신의 컬렉션을 보여주다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근대적 박물관의 시작이었다.
박물관이 대중에게 문을 활짝 연 것은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다. 박물관에 입장할 권리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됐다. 19세기 박물관은 한 국가의 상징과 같은 곳이 됐다. 유럽 곳곳에 박물관이 등장했고, 각 국가에선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소장품을 갖추기 위해 애썼다. 1858년 미국에도 스미스소니언이란 첫 박물관이 생겼다.
20세기 들어 박물관의 역할에 변화가 생겼다. 파시즘과 나치즘이 퍼지면서 박물관이 이념적 목적 아래 들어가게 됐고, 정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도구가 됐다. 또 ‘보관하는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변했으며 과거의 유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21세기에도 박물관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박물관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졌고, 다양한 가치의 충돌 속에서 변모하고 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