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취하는 포르투갈 포르투…달콤한 포트와인 향기 온 몸 휘감고 도루강에는 대항해 시대 영광 흐르네
입력
수정
지면E5

도루 강변에서 눈부신 첫 만남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도루 강 하구에 자리 잡은 항구도시 포르투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다. 포르투가 국명 포르투갈의 어원이 되었을 만큼 일찍부터 무역항으로 발달했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도루 강을 따라 미지의 세계를 향해 기나긴 항해를 떠났던 곳도 이 도시다. 깃발을 펄럭이며 보물을 찾아 떠나던 대항해 시대의 영광은 강물처럼 흘러갔지만, 그 시절의 풍취는 강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막 잠에서 깨어나는 도시의 맨얼굴을 보고 싶어 조금 일찍 아침 산책에 나서 본다. 호텔에서 나와 모퉁이 하나를 돌았을 뿐인데 도루 강이 눈앞에서 반짝인다. 물가를 따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건물들이 노랑, 빨강, 연두 등 색색의 꽃처럼 피어난다.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도루 강을 쓰다듬고, 아침 햇살이 유리창을 간질이는 이곳은 포르투의 낭만거리 히베리아지구. 가까이에서 보면 한 집 건너 한 집은 벽면에 타일이 붙어 있다. 이 타일이 바로 포르투갈 전통 공예 아줄레주. ‘작고 아름다운 돌’이라는 아랍어에서 유래한 이름처럼 잔잔한 무늬와 은은한 색감이 매력적이다.
강가를 거닐다 야외 테이블 의자를 내려놓던 카페 주인과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봄디아’라고 인사를 건넨다. ‘봄디아(Bom dia)’는 포르투갈어로 ‘좋은 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직 귀에 낯선 그의 인사는 ‘너는 오늘 좋은 날을 보내게 될 거야’라는 신비로운 주문처럼 들린다.달콤하거나 더 달콤하거나, 포트와인

지금도 미뇨 지방에서 수확한 포도가 이곳 와이너리에서 포트와인으로 태어난다. 빌라 노바 가이아 강변부터 언덕까지 와이너리가 즐비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강가에는 당시 와인 수송에 쓰던 배들을 띄워 놓았다. 어느 와이너리를 찾아도 5~10유로면 와이너리 투어와 시음을 만끽할 수 있다. 캐릭터 있는 와이너리에 포트와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샌드맨 지역을, 옛 귀족의 저택 같은 와이너리도 구경하고 전망 좋은 테라스에서 느긋한 오후를 보내고 싶다면 테일러 지역이 적당하다. 그저 시음만 하고 싶다면 도루 강 크루즈 티켓과 패키지로 된 와이너리를 찾아도 좋다.
더 색다른 경험은 케이블카를 타고 와이너리 위를 날아오르는 것. 고아한 빨간 지붕이 빼곡한 마을 풍경에 눈마저 달콤해진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돔 루이스 1세 다리 2층. 아찔한 다리 위에 서면 포르투와 빌라 노바 가이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빛바랜 도시의 반짝이는 오후
포르투=우지경 여행작가 travelett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