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바라는 연평도 아이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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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웠던 시간들 눈물만 흘렸죠. 어두웠던 지난날 잊혀지지 않죠. (중략) 언 땅을 녹이고 생명을 불어넣는 봄볕처럼 우리 모두에게 평화로운 향기가 가득하길. 그런 세상이길 바라.”
23일 서울 전쟁기념관 평화광장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 4주기 기념식에선 당시의 아픔을 간직한 학생들이 특별한 공연을 했다. 연평유초중고교 학생 6명은 평화의 소망을 노래한 ‘그런세상’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허정문 교사(39)가 직접 작사 작곡을 했다. 아이들의 따뜻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행사 내내 눈물을 훔치던 당시 해병 용사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유족들도 잠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연평도에 있는 이 학교는 초중고교생이 120명 함께 다니는 통합학교다. 이웃이자 친구인 이들은 학년에 상관없이 서로를 잘 안다. 허 교사는 지난 3월 연평도로 부임했다. “수업시간 포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죠.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저건 발칸포라 괜찮아요’라고 하더군요.” 뭍에서 근무하던 허교사가 연평도 아이들에게 처음 다가가게 된 순간이다. 수업을 받다가도 이따금씩 들려오는 사격 소리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포 소리가 나고 사이렌이 울릴 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허 교사는 “지난 봄 얘기없이 포격을 할때는 한 여학생이 소리를 질렀다”며 “정말 아픔이 깊구나 싶었다”고 했다.
허 교사는 노래를 만들었다. 전반부엔 포격 당시의 아픔을, 후렴구에는 연평도가 안전해졌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우리의 노래로 남겨진 아픔들 모두 지워져 행복해지길’이라고 가사를 붙였다. ‘연평마루’라는 중창단을 만들어 지난 9월 인천평화가요제에서 특별 공연을 했다. 이번 4주기 추모식에도 초청받았다.
이날 초등학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 김규진 군(16·고2)은 연평도 포격이 있던 그날 할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아 놀랐던 기억을 들려줬다. 기지국이 포격을 당해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와 ‘할머니는 먼저 대피소로 모셔드렸다’고 말하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김 군은 동네 형들처럼 해병대에 자원입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정치외교학과나 북한학과에 진학해 북한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해 제대로된 안보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평도에 살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지 모를 꿈이다. 윤총비 양(12·초6)은 “음악수업시간에 리코더를 불고 있다 포격 소리를 들었다”며 “앞으로 다시는 그때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23일 서울 전쟁기념관 평화광장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 4주기 기념식에선 당시의 아픔을 간직한 학생들이 특별한 공연을 했다. 연평유초중고교 학생 6명은 평화의 소망을 노래한 ‘그런세상’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허정문 교사(39)가 직접 작사 작곡을 했다. 아이들의 따뜻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행사 내내 눈물을 훔치던 당시 해병 용사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유족들도 잠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연평도에 있는 이 학교는 초중고교생이 120명 함께 다니는 통합학교다. 이웃이자 친구인 이들은 학년에 상관없이 서로를 잘 안다. 허 교사는 지난 3월 연평도로 부임했다. “수업시간 포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죠.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저건 발칸포라 괜찮아요’라고 하더군요.” 뭍에서 근무하던 허교사가 연평도 아이들에게 처음 다가가게 된 순간이다. 수업을 받다가도 이따금씩 들려오는 사격 소리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포 소리가 나고 사이렌이 울릴 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허 교사는 “지난 봄 얘기없이 포격을 할때는 한 여학생이 소리를 질렀다”며 “정말 아픔이 깊구나 싶었다”고 했다.
허 교사는 노래를 만들었다. 전반부엔 포격 당시의 아픔을, 후렴구에는 연평도가 안전해졌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우리의 노래로 남겨진 아픔들 모두 지워져 행복해지길’이라고 가사를 붙였다. ‘연평마루’라는 중창단을 만들어 지난 9월 인천평화가요제에서 특별 공연을 했다. 이번 4주기 추모식에도 초청받았다.
이날 초등학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 김규진 군(16·고2)은 연평도 포격이 있던 그날 할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아 놀랐던 기억을 들려줬다. 기지국이 포격을 당해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와 ‘할머니는 먼저 대피소로 모셔드렸다’고 말하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김 군은 동네 형들처럼 해병대에 자원입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정치외교학과나 북한학과에 진학해 북한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해 제대로된 안보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평도에 살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지 모를 꿈이다. 윤총비 양(12·초6)은 “음악수업시간에 리코더를 불고 있다 포격 소리를 들었다”며 “앞으로 다시는 그때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