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는 중국産, 화환·음식까지 재활용…장례비 높이는 '리베이트 고리'

장의용품 납품 대가로 '뒷돈'
경찰, 장례 비리 1114명 검거
범죄 수익만 1000억원 달해
“마지막 가는 길인데 고인에게 고급 수의를 입혀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국내 대형 상조회사 직원인 A씨는 상조계약을 체결하러 오는 유족에게 늘 이 같은 말을 꺼냈다. 유족들이 고급 상품을 선택하면 ‘안동포, 남해포, 보성포’ 등 국내산 명품 수의가 서비스로 제공된다. 가족의 마지막 길을 준비하는 유족들은 직원의 말을 듣고 대부분 고급 수의를 선택했다. 이 상조회사는 지난 5년간 고객 1만9000명에게 631억원어치의 고급 수의를 팔아 74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수의는 모두 중국산 저가 수의로 밝혀졌다. 중국산 수의는 국내산 명품 수의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인 싸구려 제품이었다. 이 업체는 수의가 화장장에서 불에 타 재가 되면 원산지 구별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청은 올해 1월부터 10개월간 장례업체 비리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A씨 등 11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2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이 확인한 업체들의 범죄 수익만 994억원에 달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장의용품 납품 관련 리베이트 제공·수수에 관련된 인원이 643명으로 가장 많았다.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유형이 251명, 제단 장식꽃 등을 재사용한 유형이 220명으로 뒤를 이었다.

영정사진이나 음식을 납품하는 장의업체들은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상조회사 또는 장례식장에 판매대금의 20~50%를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같은 리베이트 거래를 일삼으며 3536회에 걸쳐 17억6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장례식장 대표 김모씨(51) 등 432명을 입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독점적 거래 유지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상조회사 대표 등 134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상복 50%, 납골당 40%, 유골함 30%, 장의차량 30% 등 품목별로 리베이트를 주고받았고 4억원 상당의 이득을 챙겼다.화환업체의 화환 재판매도 자주 벌어지는 사기 유형이다. 화환업체는 장례식장에 개당 5000~1만원의 수거비를 주고 상주에게 들어온 화환을 가져다 재활용했다. 재활용한 화환은 시가보다 30%가량 싼 가격에 재판매됐고 업체들은 이를 통해 폭리를 취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 간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장례비용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상조회사 등과 장례 관련 계약을 할 때는 계약서 및 약관 내용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