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본사 배정물량 급감"…한국GM 협력사, 1주일에 이틀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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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 군산공단 車 부품업체의 눈물“한국GM 군산공장은 일감이 없어 1주일에 사나흘만 돌아갑니다. 협력업체들요? 이틀 가동하면 다행이에요.”
완성차 생산·반조립 수출 등 군산공장 일감 대폭 줄어
협력사 30여곳 넘게 문닫아…임금 줄자 직원들 제발로 이탈
"그나마 철수하면 어쩌나" 한숨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소룡동 국가산업단지에서 만난 한국GM 협력업체 A사의 박모 대표는 최근 경영 현황을 묻자 한숨부터 쉬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야근·특근은커녕 평일 낮 일감 확보조차 원활하지 않다”며 “생계비를 맞추기 힘든 직원들 가운데는 제 발로 걸어나가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하소연했다.제너럴모터스(GM) 미국 본사가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한 뒤 한국GM 생산물량을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국내 협력업체들이 연쇄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이 지역 한국GM 협력사는 2년 전인 2012년 말 100개가 넘었지만, 지금은 30여개가 문을 닫고 70개가량만 남았다.
군산지역 협력업체들의 고용인원도 7000명 수준에서 5000여명으로 2년 만에 2000여명이나 줄었다. 현지에서 만난 협력사 관계자들은 “연명하고 있는 게 다행으로, 한국GM이 철수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한국 생산물량 줄이는 GM
2002년 미 GM이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며 출범한 한국GM은 2011년 지금의 회사 이름으로 바꿨다. 한국GM은 지난 12년 동안 미 본사의 글로벌 전략 실패와 한국 노조의 강성파업 등으로 좀체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오히려 생산·판매량(수출 포함)이 계속 줄어들었을 만큼 고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GM의 철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연례 행사처럼 터져나오고, 그때마다 한국GM 측은 ‘계속 투자하고 있는데 억울하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한국GM은 올 10월까지 총 52만129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8.6% 줄었다. 내수는 4.1% 늘었지만 수출이 23.7% 감소했다. 군산공장의 주력인 크루즈 수출은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 여파로 8만2559대에서 2만7062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GM 군산공장 바로 옆에 있는 군산항 자동차 전용부두 물량에서 한국GM의 물량(10만2281대)은 현대·기아차(7만6160대)를 압도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한국GM 물량(9월까지 4만2020대)이 현대·기아차(7만5000대)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줄었다.완성차뿐 아니라 반조립 제품(CKD) 수출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CKD는 한국GM이 핵심 부분을 만들어 수출하면 현지에서 완성차로 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CKD 수출(1~10월 누적 기준)은 2012년 107만대에서 작년 102만대, 올해는 85만대로 줄었다. 다른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GM 본사가 한국GM의 CKD 수출물량을 줄이는 것은 국내 생산량을 전략적으로 감축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력사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GM 부품 협력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차체 부품업체인 B사의 대표는 “군산공장 물량이 현재 수준으로 간다면 올해도 공장 인원을 20~30%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내장재 업체인 D사 역시 100여명이던 직원이 최근 60명 수준으로 줄었다.
다른 부품사 사장은 “잔업과 특근이 없어 생산직 급여가 30% 이상 깎이다 보니 직원들이 알아서 떠나고 있다”며 “그나마도 일감이 없어 고용노동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이 매출 감소, 재고 급증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때 폐업을 피하기 위해 신청하는 자금으로, 요건만 충족하면 기간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다.
고용부 군산지청은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GM 협력업체들에 7억여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했다. 올해는 그 액수가 33억원으로 늘어났다. 생산물량이 급감한 한국GM 군산공장도 작년 9억원, 올해 28억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다.장경익 군산시 지역경제과장은 “한국GM과 협력업체 직원 8000여명에 가족까지 합하면 2만명이 넘는다”며 “군산 인구가 27만명인 점을 감안할 때 매우 큰 비중이고, 한국GM이 살아야 군산이 산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지역 관계자 및 한국GM 협력업체 대표 등과 지난 21일 한국GM 군산공장 대책협의회를 열고 ‘한국GM 차 사주기 운동’ 등 다양한 지원책을 논의했다.
군산=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