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냥터 된 콘텐츠 시장] 中 IT공룡 'K-엔터 혈투'…"텐센트 독식 막자" 베팅 나선 알리바바
입력
수정
지면A5
알리바바, SM엔터테인먼트에 투자“펭귄에게 학살당하기 전에 먼저 남극을 침공해야 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최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마 회장이 언급한 펭귄은 경쟁업체인 텐센트의 마스코트다. 공격적인 투자로 알리바바를 위협하는 텐센트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알리바바를 자극한 텐센트의 투자 공세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알리바바의 SM엔터테인먼트 투자는 중국의 콘텐츠 유통 양대 산맥이 벌이고 있는 ‘한국투자 경쟁’의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마윈 "펭귄 텐센트에 당하기전 남극 침공해야"
텐센트, CJ·카카오 등에 7000억원 이상 투자
패션펀드 조성 등 차이나머니 '韓流쇼핑' 확대
마윈의 승부수?영세 게임 유통업체이던 텐센트는 2007년 한국의 온라인 게임(던전앤파이터)을 수입, ‘대박’을 터트린 뒤 시가총액 15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텐센트는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올 3월 CJ게임즈에 5300억원을 출자했다. 올 들어 한국에 투자한 것만 3건, 7000억원에 육박한다. 캡스톤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벤처캐피털(VC)에도 돈을 맡기는 등 ‘될성부른 기업’ 찾기에도 혈안이다.
텐센트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산 콘텐츠 독식에 나서자 알리바바도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 4월 텐센트에서 해외 유통 및 한국 내 모바일 게임사업을 총괄하던 황매이잉 씨(조선족 출신으로 영문명 코코)를 한국 지사장(대표)으로 영입했다.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 대표는 “텐센트가 한국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선점한 것에 대한 조바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 대표는 지난달 베이징 본사에서 열린 임원단 회의에 참석, SM 투자를 포함한 한국 콘텐츠 기업 ‘쇼핑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영화 등 전방위 확대중국 기업 및 국부펀드, 사모펀드(PEF)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자본과 한국의 콘텐츠가 결합한 ‘위안화 한류’의 바람을 중국 시장에서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중소기업청 산하 모태펀드가 조성하는 한·중 영화펀드(정식 명칭은 글로벌콘텐츠펀드)에 알리바바를 비롯해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투자 전용 최대 국책펀드인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까지 돈을 대겠다고 가세하는 등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수입한 중국 업체가 약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한류 파워’가 입증된 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투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종학 프로덕션, 삼화 등 드라마 제작사에 투자하겠다는 중국 기업들의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이준호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은 “지난 8월 푸둥에서 열린 한국투자 설명회에서 국내 콘텐츠 제작사에 돈을 대겠다는 중국 재무적 투자자가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요를 감안해 서울시도 이달 4일 상하이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었다.
드라마, 영화, 음원, 게임을 넘어 ‘한·중 패션펀드’ 조성이 검토되고 있는 등 패션 쪽으로도 협력 관계가 확대되고 있다. 갈수록 늘고 있는 중국 ‘유커(여행객)’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가서 리조트를 개발하는 방안까지 논의될 정도다.호랑이 등에 올라타야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중국이라는 호랑이의 등에 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임수영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완다그룹이 세계 최대 상영관을 보유한 AMC를 2012년에 인수했다”며 “국내 영화가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과거 할리우드 진출이 공식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SM과 YG엔터테인먼트 간 경쟁도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한다. YG는 올 들어 LVMH그룹과 제휴한 데 이어 최근엔 휘닉스홀딩스를 인수, 신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경쟁 관계에서 밀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보이던 SM이 알리바바와의 제휴로 중국 진출이라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했다.
박동휘/오동혁/김동윤 베이징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