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초대형 도크서 20척 동시 건조

현장 리포트

해양플랜트도 진출

중국보다 원가 경쟁력 높아
내년 플랜트 인력 10% 확충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서 최대 600t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이 5400TEU급 컨테이너선의 선체 앞부분을 들어 옮기고 있다. 한진중공업 제공

110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이 내는 웅장한 기계음이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에 울려 퍼졌다. 곧이어 최대 600t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은 커다란 선체 앞부분을 몸체 쪽으로 옮겼다. 다른 쪽에선 1만8000여명의 필리핀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용접과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었다.

2009년 완공된 수비크조선소를 이끌고 있는 안진규 사장은 “현재 20척의 배를 동시에 건조하고 있다”며 “조선소 규모가 큰 덕에 지난해 1만1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했고, 내년에는 적재용량 30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건조에도 나선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리핀은 인건비가 저렴해 중국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며 “앞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비크조선소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 떨어진 수비크만 경제자유구역에 있다. 300만㎡(90만평) 면적의 조선소는 2시간을 꼬박 걸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2교대로 24시간 가동되는 수비크조선소는 우기에 대비한 폭 42m짜리 도크 덮개(셸터) 등의 시설을 갖춰 연간 60만t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

안 사장은 “이곳 근로자들의 월 평균임금은 30만원으로 원가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서도 높다”며 “필리핀 정부에서 부지 임대료로 월 1만1000달러(약 1200만원)만 받고 있는 등 경영환경이 좋아 전체적인 건조비는 부산 영도조선소의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박건조비용의 70%는 후판 등 원부자재가 차지한다고 전했다.

길이 550m, 넓이 135m, 깊이 13.5m로 축구장 7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제6도크에서는 9000TEU급 3척과 6900TEU 컨테이너선 1척 등 4척을 동시에 건조하고 있다. 안 사장은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인 6도크는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드릴십,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을 건조할 수 있다”며 “해양플랜트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수비크조선소는 해양플랜트 사업 진출을 위해 인력 보강에 나서기로 했다. 내년에 전체 직원의 10%인 2000여명을 더 뽑고 설계 부문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안 사장은 “한진중공업은 1977년 국내 최초로 석유시추선을 건조할 정도로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었지만 부산 영도조선소 면적이 좁아 곤란을 겪었다”며 “수비크조선소 건립은 해양플랜트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호 회장은 이 같은 계획 아래 수비크조선소 건립을 직접 지휘했다. 관계자는 “(조 회장은) 임원들의 반대에도 수비크조선소 건립을 추진했고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해양플랜트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수비크조선소는 지난해 9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10억달러가 목표다. 내년에는 1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주 잔량도 39척에 달해 향후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수비크=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