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만두 덥석 문 싸이, 유쾌한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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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비비고 왕교자'
월드스타 이미지 쏙 빼고 싸이 특유의 재치 담아
노래·춤 의존한 CF와 차별화…제품 홍보 최상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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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까. 적절하게 완급을 조절하고 안정된 결과를 내놓은 게 바로 2014 고객감동 방송광고 중 식품광고 분야 최고 고객 호감도를 보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 편이다.
이 CF는 가수 싸이를 내세웠다. 현 시점에서 캐스팅할 수 있는 가장 거물급 스타다. 미국 시장을 꿰뚫은 월드스타로 워낙 뉴스 출연 빈도가 높아 가장 많은 대중이 알고 있는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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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단순하다. 모조리 ‘강남스타일’ 또는 ‘젠틀맨’에서의 이미지에 맞춰 CF를 제작한 게 화근이었다. 거의 모든 CF에서 춤을 췄고, ‘강남스타일’이나 ‘젠틀맨’을 연상시키는 대사를 했다.의문이 생길 수 있다. 싸이 외에 여러 아이돌 그룹도 노래를 들고 그 이미지로 CF에 들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싸이처럼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바로 직전’ 콘텐츠 이미지를 가져오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싸이만 그렇게 효과가 안 좋았을까.
음악은 극예술 분야와 달리 반복성이 강하고 그만큼 노출도가 높아 이미지 소진이 빠르고,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은 당시 음악 그 자체 외에도 각종 시사보도프로그램에까지 연속적으로 등장하느라 훨씬 피로도가 심했기 때문이다.
‘비비고 왕교자’ CF는 난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일단 싸이의 ‘콘텐츠 이미지’를 싹 지웠다. 싸이 특유의 일렉트로니카 음악도 깔리지 않는다. 춤을 추지도 않고, 어떤 식으로건 콘텐츠와 연결될 수 있는 요소들은 등장시키질 않는다. 대신 싸이가 월드스타로 거듭나기 이전 이미지, 각종 TV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해 톡톡 튀는 입담을 던져대던 유쾌한 분위기만 끌어냈다. 상품 이름인 ‘왕교자’를 일단 내뱉은 뒤 싸이가 내던지는 “쫀득한 피가 혀와 썸 타듯 밀당한다”는 대사만 들어도 알 수 있다.이런 게 싸이였다. ‘강남스타일’ 이전 갖가지 신조어들을 섞어 재담을 풀어대던 바로 그 싸이다. 바로 직전 콘텐츠 이미지가 아니라 대중이 익히 알고 있던, 그리고 지금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아 오히려 그리워하는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기존 이미지’를 끌고 온다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식상함을 줄이면서도 기존 이미지를 끌어 온다는 개념으로 발전시킨 형태다. 물론 모든 스타에게 적용될 만한 것은 아니다. 갑자기 그 위상과 이미지가 급변해버린 싸이 같은 존재 정도에나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싸이라는 스타의 면모와 속성을 파악해 최상의 효과를 거둬내는 데 성공한 CF라고 볼 만하다. 대단하지만 동시에 복잡한 스타의 기능을 가장 잘 파악한 CF란 얘기다.
굳이 하나의 전형처럼 설정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는 것만이 뛰어난 CF는 아니다. 단 한 번, 단 한 스타, 단 한 종류 상품에만 적용될 수 있는 방법론이더라도 지금까지의 난제를 풀어내고 흥미로운 전달을 꾀할 수 있었다면 그 CF는 존재가치를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는 그런 CF였다.
이문원 광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