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섭 살던 '연예인 아파트' 50년 지나자…'공포'

스릴러나 공포 영화 제작진들의 경우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을 주로 찾는데,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한 아파트가 있다. 건축연령이 무려 48년이나 된 동대문아파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아파트는 ‘숨바꼭질’에서는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장소로, ‘세븐데이즈’에서는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장소로 등장한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동대문아파트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주공아파트다.
동대문아파트는 6호선 동묘역 7번에서 바로 좌측으로 보이는 금호팔레스빌딩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대로인 지봉로 변에 줄지어 선 높은 빌딩 사이에서 6층짜리 동대문아파트는 홀로 낡은 외관을 지녀 한 눈에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이 아파트에는 자가 소유 거주자보다는 세입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집세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인, 네팔인 등 외국인의 주거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동대문아파트 한 호실의 매매가는 보통 2억원, 전세는 5000만원 선이고, 월세의 경우 집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이 많이 살아 ‘연예인아파트’라는 별칭 붙어이 아파트는 동대문아파트라는 정식 이름 외에 연예인이 많이 산다고 해서 ‘연예인아파트’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배우 백일섭씨, 가수 박건과 故 계수남 등이 과거 이 아파트의 입주민이었다.

특히 1980~90년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故 이주일씨가 잠깐 살았다고 해서 ‘이주일아파트’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동대문아파트 관리실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했다는 한 관계자는 “이씨가 이곳에 살았다는 얘기는 근거 없는 뜬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4년 작고한 계씨에 대해서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계씨를 업고 병원으로 데리고 간 적이 있다”며 “나름 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양반이라 아직까지도 가끔 생각이 난다”고 회상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