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러버덕' 같은 '큰고니' 띄운다

서울시, 14억 들여 내년 설치
서울시가 내년에 14억원을 들여 대형 큰고니(사진) 조형물을 한강에 설치한다. 2007년부터 해외 도시를 순회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러버덕’을 벤치마킹해 한강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한강의 자연성 회복 상징인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호)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국제 공모과정을 거쳐 작가를 선정한 뒤 내년 10월까지 조형물 설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전 세계 16개국을 순회하고 있는 ‘러버덕’을 벤치마킹한 조형물을 한강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 공공미술가인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만든 러버덕은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 동안 잠실 석촌호수에 설치돼 360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시 관계자는 “많은 시민이 조형물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한강이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큰고니 조형물 규모는 높이 20m, 길이 30m 내외가 될 전망이다. 높이 26m, 길이 32m인 러버덕과 비슷한 규모다. 물 위에 떠 있고, 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화 플라스틱, 강화 비닐 및 특수고무로 만들 계획이다. 조형물이 하류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강바닥엔 고정 시설이 설치된다.

한강 어느 지역에 설치될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서영관 한강사업본부 총무부장은 “밤섬이나 세빛섬 등 시민들이 많이 찾는 한강시민공원 등을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큰고니 조형물 설치에는 디자인 설계 및 제작비를 합쳐 14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서울시가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는 건 청계천에 있는 ‘스프링(Spring)’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민간 기부가 아닌 시 예산을 들여 대형 조형물을 만드는 건 사실상 큰고니가 첫 번째다. 앞서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 재직 시절인 2005년 청계천을 복원한 뒤 청계광장에 세계적인 팝아트 미술가인 클래스 올덴버그가 제작한 ‘스프링’을 설치했다. 설치비는 34억원이 소요됐고, KT가 전액 지원했다. 하지만 다슬기를 형상화한 작품이 청계천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미술계 안팎에서 제기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