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식물을 사랑하는 '침팬지 엄마' 제인 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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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씨앗제인 구달(80·사진)은 침팬지 연구가로 알려져 있다. 1957년 23세의 나이로 아프리카 땅을 밟아 3년 뒤부터는 탄자니아 곰비국립공원에서 본격적으로 침팬지 연구를 시작, 평생을 동물 연구에 바쳤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환경운동에도 힘쓰고 있다. 동물·이웃·환경을 생각하는 ‘뿌리와 새싹’ 운동이 그것이다. 그의 관심사는 동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식물이 없으면 침팬지도 없다”는 게 그의 평소 생각이다.
제인 구달 지음 /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576쪽 / 1만9500원
희망의 씨앗은 구달이 쓴 지구 식물에 관한 보고서다. 전작 희망의 밥상에서 인류의 식생활 문제를, 희망의 자연에선 멸종 위기 동물 이야기를 썼던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와 함께 호흡하며 생명력을 유지해온 식물의 삶을 들여다본다.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영국 본머스 외할머니댁에서 식물과 함께한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 2부는 식물사냥꾼, 식물원, 정원과 원예에 관한 이야기다. 18~19세기에는 식물사냥꾼이란 직업이 있었다. 이들은 세계를 돌며 다양한 식물과 종자를 채집해 유럽 각국과 미국에 보냈다. 미국의 존 바트럼, 프랑스의 필리베르 코메르송 등이 주인공이다. 식물사냥꾼 덕분에 오늘날 전 세계인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3부는 ‘식물의 이용과 학대’에 관한 내용이다. 대마, 양귀비, 코카나무, 담배 등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식물로 꼽힌다. 저자는 “식물엔 잘못이 없고 이를 오·남용하는 인간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만든 대농장은 그곳에 살던 동식물을 쫓아냈으며 노예와 아동들의 비인간적인 노동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또 옥수수처럼 인간의 식량으로 사용되던 작물을 산업 연료로 쓰는 기업식 농업의 문제점을 꼬집는다.4부에선 지구 곳곳에서 만난 희망의 현장이 나온다. 마지막 장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9·11 테러가 일어난 세계무역센터 빌딩에서 살아남은 돌배나무 ‘서바이버’를 찾아간다. 1970년대 무역센터 건물 근처 화단에 심어진 이 나무는 참사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저자는 “우리가 자연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자연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