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 혜택 빠지니…'낙동강 오리알'된 증권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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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럽다" 증시 발전 방안 역풍지난 26일 나온 증시 발전 방안에 대한 시장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당장 주가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이 빠져있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아지면서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던 증권주들이 역풍을 맞았다. 다만 장기적으로 기관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배당주나 기관이 선호하는 우량주들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 7%·우리투자 4% ↓…예상했던 호재 물 건너가 타격
키움, 신용공여한도 폐지는 호재
기관이 사는 대형·배당株 관심
국민연금 지분율 높고 현금많은 고려아연·하나투어 등 주목할 만
○증권주 동반 급락27일 주식시장에서 증권주들의 약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대우증권이 1만850원으로 7.26% 빠졌고, 삼성증권(-3.96%) 우리투자증권(-4.38%) 현대증권(-4.33%) 미래에셋증권(-3.03%) 등 주요 종목이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증시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며 지난달 이후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탓에 실망감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분석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차익거래세 인하나 펀드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이 빠져있어 실질적으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예상했던 호재가 무산된 만큼 당분간 증권주 투자심리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실적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내년 전망도 나쁜 편이 아니어서 조정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상위 5대 대형사와 키움증권 등 일부는 중장기 수혜를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사의 경우 해외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외화 신용공여가 허용됨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공모주 청약자금 대출이 허용된 점도 기업공개(IPO) 주관 상위 증권사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용공여한도 폐지로 키움증권이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 규제였던 신용공여한도가 폐지되면 키움증권의 최대 수익원인 주식담보대출 이자수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 개별 주식의 가격제한폭 확대로 거래 대금이 증가하면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이 수혜를 볼 수 있다.
○‘배당우량주’ 관심전문가들은 향후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영호 JP모간 리서치센터장은 “당장의 효과는 미미하지만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에 중요한 변화”라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을 앞두고 외국인 수급 공백이 예상되는 내년 이후 증시에 긍정적이란 의견도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한 연기금이 투자를 늘리면 외국인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관이 주로 사는 대형 우량주와 배당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특히 전통적인 고배당주 외에 배당을 늘릴 여력이 있는 기관 선호주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고 보유 현금이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하나대투증권과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 고려아연 등 대형주 외에 하나투어 세종공업 등 중소형주도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현금성 자산이 많은 종목으로 꼽혔다.
강지연/허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