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국제유가, 날개없는 추락…한국 증시 영향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28일 국내 증시에서 관련주들이 출렁이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고, 증시도 이를 반영해왔기 때문이다.

12개 산유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장관회의에서 하루 평균 3000만배럴인 산유량 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유가는 세계 경기둔화와 미국의 셰일가스 원유 공급으로 최근 5개월 새 30% 가까이 급락했다. 때문에 일부 회원국들이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을 주장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번 결정으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9.05달러를 기록해 201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정유 화학 조선주들이 하락하고 있다. 정유와 화학은 정제마진 감소, 조선은 대형 석유회사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반면 비용절감이 기대되는 항공 해운 전력 등은 상승 중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제조업 위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려면 국제유가가 급등해 비용 부담이 커져야 한다"며 "유가 급락에 따른 산업별 득실은 있겠지만 시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유가 급락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정유 화학 조선 등은 앞서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비중을 줄여놨다"며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주는 지배구조 재편 이슈로 투자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경제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락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의미는 물가에서부터 시작한다"며 "유가 하락을 가장 반길 곳은 유로존과 일본"이라고 했다.

일본은 수입물가 하락으로 엔화약세 부담을 덜었고, 유로존은 고(高)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독일에게 할 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봤다. 국제유가 하락은 통상적으로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연구원은 "이번 이벤트는 중장기적으로 미국(선진국) 증시의 강세 요인"이라며 "중동과 러시아는 국가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너무 높지만, 미국은 한 산업의 문제기 때문에 결국 승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OPEC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셰일가스를 비롯한 비전통적 원유에 대항하기 위한 중동과 러시아의 승부수로 해석되고 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