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배급없어도 산다"…단둥서 韓화장품 차떼기

김정은 집권 3년…격랑의 북한경제

북한 인접한 中 도시 보따리무역 '열풍'
장마당 400곳 하루 수만명 몰려 '흥정'
< 평양행 기차 기다리는 북한 보따리상들 > 지난 27일 평양행 기차를 타기 위해 단둥 세관에 도착한 북한 보따리상들이 짐을 챙겨 들고 세관 검사대로 향하고 있다. 단둥=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공식 통계는 없지만 북한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2년 연속 풍작에 집단농장과 국영기업들에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서 생산량이 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달로 집권 3년을 채우는 북한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한 것일까. 후계자 시절이던 2010년 11월, 경제 관료들을 모아놓고 “3년 안에 경제를 회복시켜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고 호언했던 그다.물론 채 여물지 않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도력이 척박한 북한 경제를 밀어 올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초적 삶조차 당국에 의지할 수 없게 된 주민들이 북·중 국경과 장마당(시장)을 오가며 필사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한 결과로 봐야 한다.

뭐든 팔 수만 있다면 북한 돈 1000원(미화 13센트)으로 북한 전역 400여개의 장마당행 트럭에 올라타는 사람들이다. 노숙도 불사한다. 거주와 이동의 자유를 막는 북 당국도 속수무책이다.

기아(飢餓) 탈북으로 몸살을 앓던 ‘고난의 행군’(1994~2000년) 이후 배급제는 용도 폐기됐다. 지난 김정일 정권은 시장화를 막기 위해 화폐개혁(2009년)과 장마당 폐쇄라는 초강수를 동원했지만 석 달을 버티지 못했다. 주민에게 나눠 줄 물자가 동난 상태에서 시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막을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김정은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5·24 제재 조치와 유엔의 경제봉쇄에 내몰린 상황에서 유일한 선택지는 시장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중국 거래 기업들의 노골적인 불신도 부담스러운 터였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외부 압력을 시장화라는 내부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주요 농장과 국영기업에 70 대 30 분배시스템을 공식화한 것. 생산량의 70%만 국가와 당에 바치고 나머지는 기업과 개인이 나눠 가지라는 조치(2012년 6·28조치)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몸부림이 북한 경제의 체질을 얼마나 바꿀지는 미지수다. 김정은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도 물음표를 떼어낼 수가 없다. 이제 북한 주민들은 배급제의 부활을 원치 않는다.유통기한이 지난 한국산 화장품 상자를 ‘차떼기’로 실어나르면서도 단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만큼 절박하다.

한국경제신문은 변화의 실상을 취재하기 위해 11월 말 압록강에서 두만강에 이르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접근 가능한 모든 지역을 훑었다. 그 격랑의 현장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 5·24 제재 조치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이명박 정부가 그해 5월 발표한 남북 관계 단절 조치. 주요 내용은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이다.

선양·단둥·옌볜·훈춘=특별취재팀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