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해운동맹 내달 출범…업계는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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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2위 동맹 '2M'내년 1월, 세계 1·2위 해운선사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MSC가 결성한 해운동맹 2M이 출범한다. 이어 세계 3위인 프랑스의 CMA-CGM이 중국의 차이나시핑(CSCL), 중동의 유나이티드 아랍시핑(UASC)과 손잡은 ‘오션3(Ocean3)’도 활동에 들어간다. 초대형·고효율 선박으로 무장한 ‘해운 공룡’들이 국내 해운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佛·中·중동 뭉친 '오션3' 결성
한진해운·현대상선도 참여
원가절감·효율 높이기 안간힘
◆2M·오션3 해운시장 절반 장악올해 해운업계는 규모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업체 간 동맹과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데 따른 현상이다. 2M은 지난 7월 결성됐다. 작년 6월 머스크와 MSC, CMA-CGM 등 세계 1, 2, 3위 업체가 뭉친 ‘P3 얼라이언스’가 독과점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반대로 백지화되자 1, 2위 업체가 손을 잡은 것이다. 동맹에서 제외된 CMA-CGM도 두 달 뒤인 지난 9월 오션3를 결성했다. 2M은 내년 1월부터, 오션3는 내년 초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두 해운동맹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승인절차가 남아있지만 오션3에 중국 업체가 포함된 만큼 승인이 날 것”이라며 “이로써 세계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속한 CKYHE와 현대상선이 일원인 G6까지 총 4개 동맹체제를 형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M(29.7%)과 오션3(14.6%)의 시장점유율은 전체의 절반(44.3%)에 달한다. 이들은 노선별 공동 운항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초대형 선박을 투입해 수송 원가를 절감할 계획이다.
◆“경쟁력 약화 우려, 정부 지원 필요”국내 해운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국내 1·2위 업체가 작년 말부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하지 못한 탓이다. 두 업체는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전용선 부문을 매각하고, 영업 기반인 해외 터미널도 팔았다.
이에 반해 머스크는 1만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등 초대형 선박 20여척을 발주했고, 올해 9척을 인수했다. 중국 차이나시핑도 1만9000TEU급 컨테이너선 5대를 새로 주문했고 지난 18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첫 선박을 인도받아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초대형 선박은 기존의 1만TEU급보다 연료 효율이 10~20%가량 높은 것이 특징”이라며 “대량 운송으로 인한 단가 인하와 척당 연간 450만~750만달러에 달하는 연료비 절감은 강력한 경쟁 우위 요소”라고 분석했다. 국내 선사들의 주력 선박은 1만3000TEU급이다.현대상선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해운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덴마크 정부가 지난해 머스크에 62억달러의 신용을 공여하는 등 각국 정부가 해운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해운업 대출 보증을 담당하는 해운보증기구 설립과 수출입은행을 통한 1조원 규모의 에코십펀드 조성 등 지원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해운보증기구는 첫해 예산 규모를 놓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양홍근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해운보증기구 예산이 당초 예정된 1000억원 규모로 출범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수출입은행의 에코십펀드(1조원 규모)도 외국선사가 아닌 국적선사를 지원해야 해운업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