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年 1% 안되는데…달러RP 5000억 팔렸다

슈퍼리치들 자금 블랙홀

"더 오른다" 强달러에 베팅
환율따라 수익률 결정되고 환차익에 과세 안해 유리
1년 만기 원금보장 달러DLS·달러화 저축보험도 주목받아
자산가들이 달러화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하반기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판매액이 5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예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달러 RP를 인기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원금보장형 달러 파생연계증권(DLS), 미국 주식 랩어카운트 등 달러화 금융투자 상품들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도 달러 RP미래에셋증권이 지난 6월부터 판매한 달러 RP의 설정잔액은 1일 기준 9500만달러다. 6개월 만에 우리 돈 1000억원 이상이 유입됐다. KDB대우증권의 달러 RP 설정잔액도 지난 6월 말 현재 2억1200만달러에서 11월 말 2억7900만달러로 5개월 만에 6700만달러(약 750억원) 늘었다. 우리투자증권 등 다른 대형 증권사에서 판매한 물량까지 합하면 하반기 순유입액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달러 RP는 일정 비중 이상의 외화를 갖고 있어야 하는 법인들의 단기자금 운용 수단이었다. 채권 이율이 국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절반 수준인 연 1% 미만이었던 탓에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를 앞두고 달러화 가치가 반등하기 시작한 9월부터다. 달러화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이 이 상품에 몰리면서 판매액이 급격히 늘었다.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강남파이낸스센터점 수석매니저는 “달러화의 지속적인 강세를 점치는 개인 투자자들의 상품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시중에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재테크 상품이 드물다는 점도 달러 RP가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주목받는 달러화 자산

증권사들이 판매 중인 달러 RP의 이율은 30일 미만 연 0.3~0.4%, 90일 이상 연 0.8~0.9% 선이다. 이자 수익의 15.4%(주민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고 나면 실질 이율은 연 0.7~0.8% 수준에 불과하다.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시기에만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외화예금도 달러 RP와 비슷하지만 이율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세금은 채권 이자에만 붙고 환차익에는 매기지 않는다.

주로 증권사들이 사모 형태로 발행하는 달러 연계 DLS도 대안으로 꼽힌다. 이 상품은 DLS를 사거나 차익실현할 때 원화가 아닌 달러로 결제한다. DLS 투자와 환 투자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3년 만기 상품이 대부분인 국내 DLS와 달리 1년 만기 원금보장형 상품이 주를 이룬다. 달러가 꾸준히 강세를 보인다고 가정하면 연 6~7%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화 저축성보험 상품도 대안이다. 달러화 예금이나 달러 RP보다 이율이 높지만 10년 이상 장기로 투자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미국 경기회복 기조가 탄탄한 데다 금리 인상이라는 이벤트도 예고돼 있다”며 “내년 상반기 평균 환율은 올해 하반기보다 30원 이상 높은 달러당 1080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환매조건부채권은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 후 다시 사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이다. 일반 채권과 달리 투자자가 원하는 시기에 되팔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달러 RP 대부분은 국내 대기업과 공기업이 미국에서 발행한 달러화 표시 채권을 담보로 증권사가 발행한 것이다. 매도 시점의 원·달러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