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블'을 아시나요?

영화·소설 염두에 두고 작품 만드는 독특한 방식
원탁, 첫 장편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스타트
하나의 스토리로 영화와 소설을 동시에 만드는 감독 이원태 씨(왼쪽)와 소설가 김탁환 씨.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한다는 개념 ‘원 소스 멀티 유즈’는 더 이상 문화계에서 낯설지 않다. 여기에 소설가 김탁환 씨(46)와 PD 출신 기획자 이원태 감독(46)이 문학과 영화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해 도전했다. 이들이 함께 설립한 스토리 콘텐츠업체 원탁에서 첫 장편소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민음사 펴냄)을 내놓은 것. 원탁은 기획 단계부터 영화와 소설, 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어 영화·출판계가 주목하고 있다. 민음사는 원탁의 작품에 ‘무블(movie+novel)’이라는 새 장르 이름을 붙였다.

지난 2일 서울 목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김 작가와 이 감독은 “오랜 고향(창원) 친구끼리 뭉쳐 재밌게 일하고 있다”며 “앞으로 영화 제작에도 함께 참여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방송국 프로듀서와 소설가로 바쁘게 살던 이들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2006년. 싱가포르 여행길에 한방을 쓰면서 한참 재밌는 이야기를 한 것이 계기였다. 서로 잠깐씩 만나 함께 일하다 2012년에 정식으로 회사를 만들었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은 남사당패로 살던 주인공이 우연히 밤거리를 지배하는 폭력조직인 ‘검계’에 들어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부정부패와 폭력, 인간의 욕망 등 시대를 초월한 주제를 빠른 호흡으로 그려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당긴다. 이 감독은 “독자들이 소설을 읽을 때 작품 속 장면을 바로 머리에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둘이서 워낙 누아르를 좋아해 소설 소재로 선택했다”며 “무조건 선이 악을 이기는 구조를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탁이 일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컴퓨터 한 대를 같이 쓰며 작품 집필에 들어간다. 시나리오가 먼저일 때도 있고 소설을 먼저 쓸 때도 있지만 언제나 함께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김 작가는 “각자의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고민하기 때문에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원탁의 작업은 영화계에서 먼저 호응을 얻었다.《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의 시나리오 판권은 이미 CJ E&M에 팔렸다. 조만간 소설로 나올 ‘조선 마술사’도 영화 제작이 임박한 상태다. ‘조선 마술사’의 소설 출간은 영화 개봉 시기와 맞출 예정이다. 임상진 CJ E&M 기획팀장은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은 영상화하기 쉽기 때문에 영화계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