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겹쳐진 벽화에 숨은 고구려인의 내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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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비밀의 문 환문총환문총은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시(集安市)에 있는 고구려 시대 흙무지돌방벽화고분이다.
전호태 지음 / 김영사 / 352쪽 / 1만6000원
1935년 고분을 발견한 일본인들이 무덤칸 안에 그려진 겹둥근무늬를 보고 ‘환문총(環文塚)’이라 붙였다. 조사자들은 무덤칸의 동심원 사이사이에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는 최초로 벽화를 그린 다음 그 위에 또 다른 벽화를 그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환문총의 벽화는 왜 두 번 그려졌을까.《비밀의 문 환문총》은 환문총 벽화에 얽힌 미스터리를 풍부한 고증을 거쳐 재구성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권위자인 저자는 지난 20년간 모은 역사적 사료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1인칭 시점의 이야기 형식을 끌어왔다.
환문총에 묻힌 인물은 고구려 서북 국경지대인 북부여의 성주인 대형 한보다. 화사 대수는 한보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무덤에 고구려인의 전통적 내세관이 깃든 벽화를 그렸다.
고구려 사람들은 현실 세계의 삶과 지위가 사후 세계에도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고구려인들은 무덤에 당시 즐겼던 공연, 직업, 요리와 상 차리는 과정, 사냥, 전쟁 모습 등을 그려 넣었다.환문총의 벽화에 두 번째 그림을 그린 인물은 대수의 아들인 대발고다. 한보의 아들인 한덕은 당시 서역에서 들어온 불교를 받아들여 대발고에게 아버지의 무덤 벽화를 새로 그려 달라고 부탁한다.
저자는 “사람이 죽으면 조상신의 세계로 되돌아간다는 전통적인 내세관이 윤회 전생관으로 대체되는, 기이하고 새로운 사고와 관념이 고구려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며 “환문총과 창천1호분 벽화도 이런 새로운 문화적, 종교적 흐름의 시작이자 결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