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카드 결제할 때마다 복합할부 표시하라” 대리점 통지...복합할부 공방 거세져

현대자동차가 이달부터 신용카드로 차를 구매할 때 카드복합할부 금융상품인지 여부를 반드시 기입하도록 카드승인 절차를 변경했다. 카드업계는 대리점을 압박해 복합할부상품을 고사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본지 11월27일자 A14면 참조○“거래유형 반드시 기입하라”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각 영업지점과 대리점에 ‘카드승인 절차 일부 변경 안내’ 공문을 보내 이달부터 카드 승인 시 신용·체크·복합할부·해외카드 등 네 가지로 거래 유형을 구분해 반드시 기입하도록 카드승인 절차를 변경했다. 현대차는 “복합할부 수수료율 변경에 따른 카드사별 정산에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KB국민카드와 복합할부상품 수수료율을 기존 1.85%에서 1.5%로 내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카드·캐피털업계는 현대차가 카드복합할부 거래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존 할부 거래는 정산 과정에서 예금주를 보면 어느 캐피털사를 통했는지 파악이 가능했다. 반면 카드로 차를 구매하면 일반 신용카드 거래인지 카드복합할부 거래인지 알 수 없었다. 복합할부상품의 예금주가 카드사여서 뒤에 있는 캐피털사의 실체를 알 수 없었던 것.

현대차 대리점 소속 판매사원들도 울상이다. 복합할부상품을 판매할 때 현대차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복합할부 여부 등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은 점이 밝혀지면 해당 지점을 ‘별도관리’할 방침이다.

○복합할부 2라운드 논란 거세질 듯현대차는 지난달 KB국민카드와 가맹점 재계약 과정에서 복합할부상품의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5%로 낮췄다. 다른 카드사들에도 체크카드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반 신용카드 거래와 복합할부 거래 수수료율이 이원화되면서 현대차에서는 자연스럽게 지점별 복합할부상품 거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카드사와 캐피털사들이 신한은행 마이카 대출 방식으로 카드복합상품의 구조를 바꾸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기간을 한 달로 늘려 기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자 현대차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카드업계는 주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복합할부상품의 거래 현황은 이미 본사 차원에서 모두 파악하고 있어 대리점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B국민카드뿐만 아니라 다른 카드사들과도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이에 맞춰 거래 유형 구분 절차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