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아' 51회 무역의 날] "對중국 수출 감소 대비, 히든 챔피언·히든 제품 발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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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확대 방안 좌담회한국의 무역 역사는 상전벽해(桑田碧海), 이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경공업 제품이 전부였던 1964년 수출 1억달러 돌파에 환호하던 한국은 50년이 지난 지금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와 자동차 등을 앞세워 무역 규모 1조달러를 자랑하는 세계 8위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한국이 5760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5200억달러 안팎을 수입, 4년 연속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 무역의 앞날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경기회복 부진, 중국 등 신흥국 부상과 경쟁 심화, 엔저(低)를 비롯한 불확실한 환율 흐름 등 난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IT·자동차로 일군 무역규모 1조
다변화해야 '수출 강국' 지켜
글로벌 침체·우울한 환율
수출기업 지원 콘트롤타워 절실
금융 문턱 낮추고 절차 간소화해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은 제51회 무역의 날을 맞아 국내 기업의 수출 확대 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안현호 무역협회 부회장, 윤석봉 (주)일광메탈포밍 대표, 엄현덕 (주)아이디폰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고 문희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사회를 봤다.토론회 참석자들은 내년 글로벌 경기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한국이 계속 수출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신규 수출 품목과 강소 기업을 꾸준히 발굴하고, 수출기업 지원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희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사회)=올해 무역 성과를 평가해주시죠.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4년 연속 무역 규모 1조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수출액은 576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흑자도 사상 최대를 기대하고 있다.-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인 IT 기기와 자동차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게 무역 강국 지위를 지키는 핵심 요인이라고 본다. 특히 엔저 기조 때문에 수출에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결과적으로 기우였고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사회=4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인데, 이런 추세가 굳어진 것으로 봐도 좋은가.
-안 부회장=아직은 그렇게 보기에 조금 이른 것 같다. 한국의 수출 구조상 가장 큰 문제는 수출 상위 10대 품목이 전체 수출의 58%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또 대기업 수출비중이 여전히 60%대에 이른다. 불균형이 심각하다. 강소 기업을 키우고, 새로운 수출 주력 품목을 발굴해야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사회=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게 수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안 부회장=매우 긍정적이다. 지난 1~10월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2.8%였는 데 반해 FTA 체결국 수출 증가율은 평균 8.0%에 달했다. 특히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1.9%, EU와 아세안은 각각 7.0%와 4.7% 늘면서 수출 지역 다변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회=한·중 FTA 타결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 기업들이 자체 부품 조달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이 차관=한·중 FTA가 내년에 당장 시장에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FTA 체결 후엔 비관세 장벽과 통관, 비자문제 등 부수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 시장 통합과 교류가 활발해진다. 중국 내수시장을 파고들 한국 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안 부회장=중국이 자국 내 중간재 생산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한국 수출기업들이 대부분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기 때문에 타격을 입을 우려가 크다. 현재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고성장은 끝났고 중도 성장으로 가되 구조개혁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이 구조개혁에 중간재의 자체 생산 확대가 포함돼 있다. 내년에 어떻게 될지 잘 지켜봐야 한다.
-윤석봉 일광메탈포밍 대표=건축자재를 만들 때 쓰는 롤성형기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2000만달러가 목표였는데 벌써 2500만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일반 소비재가 아닌데다 세계 60여개국에 각국 특성에 맞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엄현덕 아이디폰 대표=미국 경찰이 용의자 체포 때 사용하는 무선 영상녹화기기 및 음성녹음장비를 만들고 있다. 미국 정부의 예산 삭감에 따라 최근 수출 규모가 4년 전과 비교해 4분의 1로 줄었다. 수출 지역과 바이어를 좀 더 일찍 다변화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신규 시장 개척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사회=올해까지는 잘해 왔지만 내년이 문제일 것이란 우려가 많다. 특히 환율 전망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내년 시장 전망은 어떤가.
-이 차관=환율 움직임이 워낙 불확실해 큰일이다. 그나마 달러 강세가 계속되고 있어 당초 걱정보다는 선방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계 경기전망 자체는 올해보다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중국이 과거 원자재 수출에서 가공무역으로 무역의 중심축을 옮기기 시작해 걱정이다. 아울러 해외직구가 늘고 있는 것 또한 중요한 트렌드 변화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상담원이 사이트 이용자와 일대일로 채팅하며 상품을 소개한다. 한국 온라인 쇼핑몰엔 없는 것이다. 해외 각지의 유통시장을 분석해 민간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입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안 부회장=환율 문제는 아마 수출 기업 중 열에 아홉이 내년에 가장 심각한 경영 난제로 꼽을 것이다. 하지만 정답이 없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과거 키코 사태의 악몽이 남아 있어 환헤지에 손을 대지 않으려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사회=현행 수출기업지원제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안 부회장=한국엔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매우 많다. 하지만 그 제도들을 각 업종과 기업에 맞게 맞춤형으로 일원화해 주는 콘트롤 타워가 없다. 기업의 수요에 맞게끔 지원시스템을 좀 더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엄 대표=중소기업은 업 종관련 자료를 받아도 그걸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 때문에 KOTRA나 무역협회에 자료 요청을 해도 결국 그 자료가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 실무에 밝은 인력들이 중소기업에 많이 투입됐으면 한다. 아울러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위한 대출 제도가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바이어가 추가 주문을 해도 비용이 없어 시설을 확충할 수 없고, 그 때문에 주문을 받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다. 증설을 위해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자격요건 미달이란 이유로 거절당할 때가 많다. 정부에선 중소기업의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고 강조하지만, 현실에선 체감하기 어렵다.
-윤 대표=아무리 우수한 제품을 만들었다 해도 해외시장에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나라마다 홍보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여러 선진국은 인터넷망이 잘 갖춰져 있어 온라인 홍보가 가능하다. 그런데 중소기업 입장에선 온라인 홍보 인력이 모자란다. 대기업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동영상 홍보 등에 나서기 힘들다. 아프리카 같은 곳에선 여전히 오프라인 홍보가 우선시된다. 이런 곳에선 현지 사정에 밝은 홍보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 역시 중소기업 입장에선 역부족이다. 또 각종 전시회에 참가할 때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정부와 중소기업 수출 지원 기관에서 이런 부분을 지원해 줬으면 한다.
▷사회=내년 수출 전망은 어떤가.
-안 부회장=내년 수출은 6000억달러를 돌파할 것 같다. 일부에선 ‘불황형 흑자’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본다. 수입 규모가 늘지 않은 건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원자재 가격 하락요인이 제일 크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원 중 97%가 해외 수입으로 들어온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가 연초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했다가 최근 60~70달러대까지 내려왔으니 당연히 큰 차이가 날 것이다. 내수 부진도 작용했겠지만 내수를 논하기엔 한국은 시장이 작다. 경제학에서 한 나라가 내수로 먹고 살려면 인구가 최소 1억명은 돼야 한다고 하지 않나.-이 차관=맞는 말이다. 내수를 성장 동력으로 삼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에서 내수 진작을 강조하는 건 국민들의 체감 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서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다. 최근 대외적인 수출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 안주하려는 경향이 컸던 것 같다. 대기업의 수출 증대도 중요하지만 한국 수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중소, 중견기업의 수출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