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다시 주식 열풍…증권사 객장에 7년 만에 대기표 등장

특파원 리포트

상하이지수 올해 37% 급등
기준금리 인하 후 '붐' 촉발…떠났던 개인투자자 다시 몰려

재테크, 부동산에서 증시로
日 거래대금 첫 1조위안 돌파…증시과열 우려 목소리도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한 증권사 객장에서 5일 개인투자자가 증권 시세판을 확인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신화
2007년 하반기 이후 중국 증시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성기 때 6000선까지 치솟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한때 2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경제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부진한 증시’라는 혹평을 받았다. 중국 개인 투자자들도 주식을 멀리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 다시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올 7월께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상하이종합지수가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라는 대형 호재로 3000선에 바짝 다가서는 랠리를 펼치자 개인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객장에 7년 만에 대기 번호표 등장
5일 오전에 찾은 중신젠터우증권 베이징 둥즈먼 지점 객장에는 중년 고객 20여명이 소파에 앉아 시세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두 주식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이었다. 전날 4.3% 급등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도 개장 직후부터 1% 이상 오르고 있었다. 허베이성 출신이라고 소개한 40대 중반 여성은 “요즘 주변에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는 사람이 하도 많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계좌를 만들려고 왔다”며 “오전 10시에 와서 30분을 기다렸는데 아직도 내 차례가 안 왔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 직원은 “올 6월까지만 해도 하루에 신규 계좌 개설 수가 평균 5개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약 50개로 급증했다”며 “2007년 상반기 증시 활황기 이후 처음으로 고객들에게 번호표를 나눠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50대 남성은 “최근 몇 년간 금 관련 상품에만 투자했는데 올해 금값 하락으로 30%가량 손실을 봤다”며 “주식 투자로 손실을 만회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계좌를 개설하고 일단 10만위안(약 1800만원)어치 주식을 샀다고 했다.

지난 7월 상하이종합지수의 상승세가 시작될 때만 해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된 매수세력이었다. 인민은행이 지난달 21일 2년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을 계기로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선을 향해 돌진하자 개인 투자자들도 본격적으로 증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 들어 매월 전년 동월 대비 2%대 증가세를 보이던 상하이·선전 A주(내국인 전용 주식) 계좌 수는 지난달 3.71% 늘어 1억7866만3800개(11월 말 기준)로 불어났다. A주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 계좌수 증가율도 상반기 10% 전후였던 것이 지난달에는 14.03%로 확대됐다. 덕분에 증시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중국 증시가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 7월 2000억위안 수준이던 중국 증시 전체의 하루 거래대금은 이날 1조740억위안(약 194조원)에 달했다. 상하이(1990년)와 선전증시(1991년)가 개장한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191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재테크 흐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최근의 주식투자 열풍에는 올 들어 지속된 부동산 시장 부진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증권보는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각 도시의 주택 매매가 살아나고 있다”면서도 “상당수 사람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부동산 시장에서 탈출해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려 한다”고 전했다. 부동산 거래가 반짝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집값이 과거처럼 상승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란 분석이다. 궈타이쥔안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도 최근 “중국에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은 집을 팔아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말했다.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는 37.0%(4일 종가기준) 상승했다. 한국(-1.2%) 일본(9.8%) 대만(7.1%) 싱가포르(4.4%) 인도네시아(21.1%) 등 아시아 다른 나라보다 성적이 좋다. 주요 투자은행은 향후 상하이증시가 소폭의 조정은 거치겠지만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상하이종합지수가 내년 말까지 3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도 내년 중국 증시가 미국·유럽·일본 증시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8월 4780억위안 수준이던 신용융자잔액이 이달 2일 8402억위안으로 3개월 새 두 배로 불어난 것이 전형적인 과열 징후라는 것이다. 주가의 과열 여부를 측정하는 블룸버그 상대강도지수가 3일 91로 1994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것도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 지수가 70을 넘으면 향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BoA메릴린치증권은 “최근 중국 증시 활황은 인민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된 동력”이라며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정책스탠스를 보면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1.3% 오른 2937.65에 마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