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MAMA와 한류 4.0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한류가 어느덧 20년이다. 그래선지 한류 문화상품을 파는 솜씨도 많이 세련돼졌다. 홍콩에서 직접 관람한 ‘2014 MAMA’가 그랬다. ‘Mnet 아시안 뮤직 어워즈’의 약자인 MAMA라는 작명부터 귀에 쏙 들어온다.

Mnet의 사전투표 참여자가 6846만명에 달했다. 중국인이 61%(4179만명)에 달했지만 FIFA 회원국(207개국)보다 많은 210개국에서 참여했다니 놀랍다. 한류가 하나의 문화현상임은 분명하다. 혐한류가 생겨났고, 식자층은 심심하면 “한류 이대로 안 된다”며 어설픈 훈수를 뒀지만 이젠 자생력을 갖춰가는 듯하다.MAMA 공연장 1층에 국내 화장품·뷰티 중소기업 56곳의 전시장을 운영하고, 공연 중에는 유네스코와 함께 열악한 처지의 저개발국 소녀들을 교육시키자는 캠페인을 편 것도 높이 평가해 줄 만하다. 단순히 음악잔치를 넘어서 ‘Music makes one’이란 MAMA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문제점과 한계도 또렷하다. 명색이 아시아 음악상인데 내용은 중화권에서 먹히는 K팝 아이돌들의 잔치다. 후보 명단과 대기석을 보면 누가 수상할지도 빤히 보인다. 부문별 상의 인플레이션도 정리가 필요하다. 남녀 가수상이 있는데 베스트 보컬상, 한류팬이 뽑은 아티스트상을 따로 주는 식이다. 그래미상 수준의 권위를 기대하긴 이르지만 10년, 20년 뒤 MAMA를 위해서라도 시상의 공정성이 아쉽다.

서울의 흥분과 홍콩의 반응도 두 도시 간 20도나 차이나는 기온만큼이나 다르다. MAMA가 3년 내리 열렸어도 도심에서 먼 공항 인근 공연장만 하룻밤 반짝 뜨거웠다. K팝으로 홍콩 밤거리를 밝혔다는 식의 허풍 보도는 그만 할 때도 됐다.한류에는 미묘한 특징이 있다. 언론이 한국 문화가 위대하다고 호들갑 떨수록, 한류우드처럼 정부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숟가락을 얹으려 들수록 시들해졌다. 한류는 애국심도, 문화제국주의도 아닌 열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드라마 수출로 출발한 한류는 K팝(한류 2.0), K컬처(한류 3.0)까지 와있다. 한국 노래와 드라마가 좋아 김치 라면 등 한국 음식과 전자제품을 찾고 한국으로 관광 온다. 부진한 내수경기, 관련 산업도 그 덕을 본다.

하지만 엇비슷한 멤버들의 군무와 노래로 일관한다면 K팝의 신선함이 식상함으로 바뀌는 것은 금방이다. 스토리가 뻔한 막장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한국적 토대 위에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를 담아낼 한류 4.0을 고민할 때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