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634점 할인 경매…'월척' 낚아볼까

9일 아이옥션·16일 K옥션·17일 서울옥션 경매
박수근·김환기·이대원 등 대가 작품 총출동
‘국민화가’ 박수근과 이중섭, 김환기의 그림을 비롯해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 장르인 단색화, 조선시대 북촌 양반가의 소장품, 추사 김정희의 글씨, 이승만 전 대통령의 휘호 등 고가 미술품 600여점이 미술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9일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 아이옥션(232점)을 시작으로 K옥션(16일, 197점), 서울옥션(17일, 205점)이 차례로 실시하는 겨울 경매를 통해서다. 3개 회사가 내놓은 작품의 추정가 총액은 170억원. 지난 9월 메이저 경매와 비슷한 규모다. 검증된 작가들인 만큼 미술 경기 회복 후 작품값이 오르고 환금성도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은 스마트폰으로 경매 미술품을 서핑하고 서면으로 응찰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북촌 양반가의 소장품 29점 눈길K옥션은 ‘북촌 반가 소장품’을 비롯해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이대원 정상화 등 거장들의 수작 197점(70억원)을 경매에 부친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조선후기 왕실이나 고위 관료 등의 요청으로 제작된 ‘북촌 반가 소장품’ 29점. 여기에는 19세기 이후 궁중의 가례행사 때 자주 제작된 8폭 병풍 ‘곽분양행락도’(추정가 3000만~8000만원)가 포함됐다. ‘곽분양행락도’는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았던 중국 당나라 곽자의(697~781)가 노년에 가족과 함께 연회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미술시장의 ‘황제주’로 꼽히는 김환기의 작품으로는 서울 파리 뉴욕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그린 ‘뱃놀이’ ‘봄’ ‘26-Ⅱ-69 #41’ 등 6점이 나온다. 뉴욕에서 그린 점화 ‘26-Ⅱ-69 #41’의 추정가가 7억~14억원으로 가장 높다. 추사 김정희가 진주 강씨 집안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은 친필 편액 ‘삼세기영지가’(三世耆英之家·6000만~8000만원)도 주인을 찾는다. 프리뷰는 15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전시장. (02)3479-8824

○김환기 뉴욕시대 작품 최고가 도전서울옥션은 김환기의 1968년 작 ‘무제’ (16-Ⅶ-68 #28·15억원)를 전략 상품으로 내놓았다. 이 작품은 화면을 가득 메운 색점들이 뉴욕에서 활동했던 시기의 특징을 잘 드러낸 수작이다. 천경자의 ‘태국의 무희들’(4억원), 김창열의 1970년대 작품 ‘물방울’(3억~5억원), 이우환의 1973년 작 ‘점으로부터’(2억~3억원), 이대원의 1972년 작 ‘장생도’(1억8000만~2억5000만원)도 시중가보다 싸게 나왔다. 서울옥션 측은 출품작 205점(추정가 90억원) 중 50%는 미술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비교적 싼 값에 경매된다고 밝혔다. 프리뷰는 오는 16일까지 평창동 서울옥션하우스. (02)395-0330

○1000만원 미만 중저가가 90% 차지

아이옥션의 9일 경매에는 도자기, 고서화, 근현대 미술품 등 고미술품 232점이 소개된다. 이 가운데 200여점은 추정가가 1000만원 이하다. 나무로 만든 문수보살좌상(3억5000만원)을 비롯해 우암 송시열의 8폭 병풍 ‘유언시’(遺言詩·2000만~4000만원), 낭곡 최석환의 8폭 병풍 ‘묵포도도’(600만~900만원), 조선시대 백자호(2000만~4000만원) 등이 싸게 나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병강민안’(兵强民安·1500만~3500만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천애인’(敬天愛人·350만~800만원) 등 휘호도 눈길을 끈다. 출품작은 8일까지 익선동 경매장에 전시된다.공창규 아이옥션 대표는 “지난달 홍콩 경매시장에서 외국인 컬렉터들이 국내 화가들의 그림 120억원어치를 매입해 국내시장 분위기도 한층 좋아졌다”며 “겨울 경매에서도 지난 9월의 ‘온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