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든 대학생…책 대출 32% 줄었다

대학 도서대출 급감

성균관대 5년새 12만권 줄어
중앙·건국대 등도 감소 뚜렷

취업난에 독서 취향도 바뀌어
문학 안읽고 전공서적에 치중
서울 주요 대학의 도서대출 권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가의 취업난과 스마트폰 열풍이 학생들을 도서관에서 멀어지게 했다는 게 대학들의 분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주요 대학 도서관에서 이뤄진 도서 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0년 대출권수가 73만권에 달했던 서울대는 올해는 11월까지 53만권(연말까지 57만권 추산)에 그쳤다. 5년 새 도서 대출이 20% 넘게 줄어든 것이다.특히 학부생의 도서 대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서울대 학부생의 도서 대출권수는 2010년 34만권에서 올해 23만권(연말까지 추산치)으로 32%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0년 도서 대출권수가 58만권이던 성균관대는 올해 11월까지 42만권이었고, 연말까지는 46만권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마찬가지로 올해 11월까지 대출권수를 토대로 추산하면 중앙대는 같은 기간 40만권에서 30만권으로 25%, 건국대는 35만권에서 22만권으로 34% 줄어들 전망이다. 경희대는 학부생 1인당 대출권수가 2011년 18.4권에서 지난해 13.7권으로 급감했다.대학 도서관의 저조한 대출 실적에는 스마트폰 등 매체 다양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대에서는 2010년(73만권)부터 2012년(55만권)까지 3년간 도서 대출권수가 약 25%(18만권)나 크게 줄었는데, 이 시기는 국내 스마트폰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와 일치한다. 정보기술(IT)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인구 대비 스마트폰 보급대수)은 2010년 14%에서 2011년 38.3%(세계 4위), 2012년 67.6%(세계 1위)로 급증했다.

한 대학 도서관 관계자는 “과거에는 책이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이 확산됐고 최근엔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대학 도서관도 외면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는 취업난도 도서 대출 감소를 낳은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윤희윤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한국도서관협회장)는 “요즘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해서도 취업 걱정으로 여유가 없어 인문사회 분야에 걸쳐 풍부하게 독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취업난은 대학생들의 독서 취향도 변화시켰다. 지난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개 국립대학에서 각각 대출순위 30위권에 든 책 300권 중 문학서적의 비중은 2004년 87%(261권)에서 올해는 51%(153권)로 감소했다. 반면 전공·수업 관련 서적은 같은 기간 22권에서 40권으로, 자격증·자기계발 관련 서적은 3권에서 23권으로 크게 늘었다.

오형주/김태호/윤희은/홍선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