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생태계 조성 '제품안전 정책포럼' 출범…"안전기술도 경쟁력…산업으로 키워야"

세월호·환풍구 참사로 국민들 인식 높아져
"사고 방지에 기여할 것"
‘제품안전정책 포럼 창립총회’가 10일 서울 구로동 베스트웨스턴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는 배진환 국가기술표준원 연구관(왼쪽부터), 김경미 서울시 민생경제과 팀장,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손동원 인하대 교수, 허경옥 성신여대 교수, 고병인 중앙경영연구소장, 김윤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업체 솔라루체는 제품 인증만 수백여개 받았다. 에너지관리공단의 ‘고효율 인증’, 한국표준협회 ‘KS인증’, 한국전자파연구원 ‘KC 인증’, 산업통상자원부의 ‘녹색기술 인증’ 등 제품별로 인증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요즘 기본적인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저가 제품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용일 솔라루체 사장은 “기껏 돈과 시간을 들여 여러 인증을 받아놨더니 기본적인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중국산 제품이 유통돼 시장을 교란하고 안전사고 우려까지 있다”며 “이 때문에 인증을 받는 데 많은 비용을 들인 회사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얘기할 곳조차 마땅히 없어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말했다.◆기업·소비자 주도로 안전 논의

누구나 제품 안전에 대한 의견을 내고, 여기서 나온 의견을 모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협의체인 ‘제품안전정책 포럼’이 10일 서울 구로동 베스트웨스턴호텔에서 처음 열렸다. 정부가 주도해 온 안전 관련 규제와 규칙을 기업과 소비자 등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만드는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솔라루체처럼 제품 안전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도 공식적인 창구가 없어 묻어둬야만 했던 의견들이 앞으로 이 정책포럼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 포럼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제품안전협회가 주관한다.이날 열린 포럼 창립총회에는 손동원 인하대 경영학 교수 등 학계를 비롯해 공무원, 정부출연 연구소 연구원, 소비자단체 임원, 기업인, 법조인, 언론인 등 각계각층에서 4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1년에 두 차례 총회를 열고, 포럼 내에 △제품안전정책 △제품시장감시 △안전기술개발 등 3개 분과를 두기로 했다.

손 교수는 창립 선언문에서 “제품 사고 안전대책을 연구개발해 정부와 지식을 공유하고, 건전한 제품안전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책 자문과 제언을 하며 제품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최소화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전은 규제 아닌 산업”세월호 참사와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등으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영향인지 제품안전정책 포럼 창립총회 참석자들은 안전에 대한 다양한 정책 제언을 쏟아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술과 디자인, 설계 등이 축적되면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안전을 규제로만 보지 말고 하나의 산업으로 키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문식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규정을 적용하는 공무원들이 바뀔 때마다 해석이 달라져 부담이 가중된다”며 “안전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무는 또 “안전과 관련한 중복 규제, 부처 간 이견도 문제”라며 “국민 안전을 고려해 업계 의견을 반영하는 게 지금까지는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이충열 제품안전협회 회장은 “KC 마크도 없이 제품을 팔다 적발된 업체 수가 2011년 532개, 2012년 617개, 2013년 695개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런 불량 제품을 막을 근본 대책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