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적합업종 26개 중 14개 해제…"대기업 막으니 시장 쪼그라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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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많은 中企적합업종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풀리는 품목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시장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더 컸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 중인 품목을 포함하면 앞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는 품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반성장위, 김치 등 12개 업종은 3년 연장
막걸리 산업 대기업 막자 더 영세해져
시행 1년 만에 전체 매출 15% '뚝'
동반위, 연말까지 총 77개 품목 결정
○해제 품목이 더 많아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안충영·사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만기가 돌아온 품목 12개와 신규 신청 품목 2개 등 14개 품목을 심의한 결과 7개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연장된 품목은 김치, 기타가공사(가연기), 냉동·냉장 쇼케이스, 단무지, 도시락, 전통떡 등 6개이고 보험대차 서비스업은 새로 지정됐다.
위원회는 그러나 막걸리, 자동차재(再)제조부품, 아크용접기, 금형(프레스와 플라스틱 등 2개 품목) 등 5개 품목을 적합업종에서 빼기로 했다. 부동액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해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시장감시 품목으로 바꾸기로 했다. 신규 신청한 품목인 지방산계 양이온 계면활성제는 대·중소기업이 상생협약을 맺는 쪽으로 정리했다.
동반위가 이날까지 중기 적합업종 연장 여부를 확정한 품목은 26개다. 이 중 ‘연장’은 12개에 불과하다. 11개 품목이 ‘상생협약’으로 바뀌었고 나머지 3개 품목은 ‘시장감시’를 하기로 했다. 시장감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해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 문제가 생기면 적합업종으로 재논의하겠다’는 뜻이어서 사실상 해제다. 중기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는 품목이 더 많다는 얘기다.○시장 위축 부작용 커
동반위가 중기 적합업종 품목을 줄이는 것은 이 제도의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막걸리다. 발효주인 막걸리는 유통기간이 짧아 유통지역이 특정한 곳에 머물러 있고, 그러다 보니 대부분 제조업체가 영세하다. 종업원이 5명도 안 되는 막걸리 제조사가 80%를 넘는다.
동반위는 2011년 10월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뒤 대기업 진출을 막았다. CJ 롯데주류 하이트진로는 수출과 유통만 하도록 했고, 오리온그룹은 아예 철수했다. 대기업이 빠지면서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영세업체들이 더 생겨났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대부분은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할 여력이 없었고,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중기 적합업종에 지정된 지 1년 만에 막걸리 시장은 15%가량 줄었다. 결국 동반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 개발과 마케팅을 하는 쪽으로 교통정리를 했다.콩은 값싼 외국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산콩 가격이 하락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대기업이 빠진 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외국산을 주로 썼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산 콩(백태 1㎏)의 지난 11월 도매가는 3995원으로 1년 전보다 23%, 지난해 평균보다는 36% 떨어졌다. 수확기 콩 가격이 3000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6년 만이다.
농민들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콩값이 폭락했다며 반발하자 중소 두부 생산업체들은 ‘국산콩에 한해 대기업 생산을 허용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
○“장기적으로 재검토 필요”중소기업중앙회 조사(지난 2월) 결과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9.1%에 불과했다. 대기업 참여를 막은 게 오히려 시장 규모를 축소시키고, 외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얘기다.
적합업종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부작용이 우려됐던 제도였다. 순대 떡볶이 등 대다수 품목들은 객관적인 수치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대기업의 시장 참여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동반위 직원들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동반위에서 문구소매업 적합업종 조정협의를 위해 작성한 실태조사 보고서가 신청 이전에 작성한 도매업 보고서를 재사용했다”고 지적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적합업종 같은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낮춰 매너리즘에 빠지게 했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