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땅콩 리턴'에서 얻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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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삼성은 이날 이와 별도로 500억원의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중국발 스마트폰 위기로 그룹 경영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지만 기부금 액수를 줄이지 않았다. 삼성은 사장단 인사 직후 새내기 사장들의 첫 공식일정도 ‘쪽방촌 봉사활동’으로 잡는다. “기업의 목적이 사회에 기여하는 데 있다는 걸 신임 사장들의 머릿속에 확고하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삼성이 올해 각종 사회공헌에 쓴 돈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이라는 게 재계 추산이다. 삼성뿐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LG 등 다른 대기업들도 꾸준히 사회공헌을 위해 뭉칫돈을 내놓는다. 기업들의 이 같은 공헌 활동은 우리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를 지적하며 비행기를 후진시킨 이른바 ‘땅콩 리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이 터진 후 본인이 직접 사과하지 않은 데 따른 비판여론도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이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기업을 소유한 오너 일가라도 종업원을 존중하지 않고 승객의 안전을 가볍게 여긴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재계 인사들은 이 사건이 오너가 이끄는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 또는 증오로 퍼지고 있는 게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에선 이번 사건을 단순히 희화화하는 차원을 넘어 재벌가에 저주를 퍼붓고 있다.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대기업 임직원들은 힘이 빠진다는 분위기다. 한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는 “오너 기업인들이 다양한 사회공헌을 하는 사례도 많은데 이번 사태로 인식이 악화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오너가(家) 일원이 스스로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