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봉사' 염명동 전 구세군 참령 "자선냄비 30년, 1000원의 기적 보았죠"

사업 실패 후 38세에 구세군 입교
80년대 '100만원 신사' 기억에 남아
“구세군에 힘을 주세요. 단돈 1000원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30여년간 매년 겨울 구세군 자선냄비 옆에서 종을 흔들어 온 염명동 씨(67·사진)의 말이다. 이른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자선냄비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참령(구세군 계급)을 끝으로 구세군을 떠난 그는 “목회 사역은 은퇴했지만 봉사 사역은 삶이 끝날 때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개신교의 한 분파인 구세군(세상을 구원하는 군대)은 1865년 영국의 감리교 선교사인 윌리엄 부스가 만들었다. ‘세상 사람들은 복음뿐 아니라 빵도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선교사업과 사회봉사사업을 일체로 삼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군대식 조직과 명칭을 가진 게 특징이다. 1년 중 12월 한 달은 신도와 자원봉사자들이 자선냄비 활동을 한다.

서울 회현역에서 봉사 중인 그의 곁 냄비에 시민들의 손길이 이따금 이어졌다. 그는 38세 때 구세군에 들어왔다. 사업 실패 후 방황을 거듭하다 구세군을 만났다. 평신도로 지내다 구세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부위(군대의 소위 격)’로 임관했다. ‘사령관’이 각국 최고 지도자로 있고 전 세계 조직을 통할하는 ‘대장’은 영국 런던 구세군 본부에 있다.

염씨는 강원 철원, 충남 서산, 서울 관악구, 경기 평택, 대전 등에서 목회자로 일했다. 그는 “일할 교회를 자신이 선택할 수 없고 본부에서 지시하는 지역으로 무조건 가서 목회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구세군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구세군 목회자의 배우자 역시 목회자여야 해 부인과 함께 목회활동을 했다. 재해가 발생하면 반드시 현장에 빨리 가서 침구류 지원 등 기초적인 봉사를 하도록 하는 것도 구세군 특징이다.구세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모금액(2012년 11월~2013년 12월 사용액)은 약 68억원. 모금액 대부분은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환우 등 관계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100억원이다. 모금액의 대부분이 12월 한 달에 모인다고 한다. 30년 자선냄비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부자는 ‘100만원 신사’. “1980년대 중반이었나, 그땐 정말 큰돈이었죠. 같은 날 같은 시간에 100만원씩 넣는 분이 계셨어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액수가 더 많아졌던 것 같아요. 달려가서 붙잡고 신분을 물어봐도 한사코 거절하던 분이었어요.”

매년 겨울 고단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춥지만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에 하는 겁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렇게 얼굴을 숨기고 1000원의 기적을 만들어 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