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은 세금 감면 혜택"…美 소비자들 지갑 열었다

국제 유가 60弗 붕괴

11월 소매판매 8개월 만에 최대
가계 부채는 10년 만에 최저
미 경제가 저유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휘발유 값 하락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리면서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도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11일(현지시간) 지난 11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0.7% 증가해 8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지갑을 연 이유를 저유가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휘발유 평균 소매가는 10일 기준 갤런(1갤런=3.78L)당 2.62달러였다. 4월 연중 최고치에 비해 1달러가량 낮아졌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 하락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면서 소비자의 씀씀이가 커졌다”며 “10월 기준 가구당 소비 여력은 6월보다 평균 42달러 더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제이컵 루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주최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유가 하락은 세금 감면 혜택과 같다”며 “최근 유가 급락은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매가 살아나면서 고용지표도 개선됐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000건 감소한 29만4000건이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9만7000건을 밑돌고 3주 연속 전주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고용 증가세가 1999년 이후 가장 빠르다고 분석했다. 크리스 가프니 에버뱅크 자산운용 선임 전략가는 “소매 판매와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은 미 경제가 중앙은행(Fed) 없이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미국의 가계 부채는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Fed는 이날 미국의 가구당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2007년 말 135%에서 지난 9월 기준 108%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3년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영국(143%), 캐나다(167%), 일본(124%)보다 낮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