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전자상가 中선전 화창베이 가보니…정품 뺨치는 갤노트4 '짝퉁' 16만원에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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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정품, 2층엔 짝퉁 활개
안드로이드 탑재 아이폰6도
최고 인기는 샤오미·화웨이 폰
휴대폰 판매상만 20만명 넘어
중국 선전에 있는 아시아 최대 전자상가 화창베이. 한 판매점에 들어가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의 짝퉁 제품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가격 흥정을 시작했다. A급 제품은 펜도 있고 제법 갤럭시노트4와 비슷했다. 하지만 해상도가 떨어지고 운영체제(OS) 구동이 느렸다. B급 제품엔 펜조차 없었다. A급 제품을 깎아 700위안(약 12만원)에 살 수 있었다.◆짝퉁 갤럭시노트4·아이폰6 판쳐
화창베이 중심가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간판은 삼성전자와 애플이다. 어디서나 고개만 들면 보인다.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판매점에선 대부분 진품만 팔았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짝퉁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다른 판매점에 들어가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6 플러스 가격을 물었다. 점원은 계산기에 5300이란 숫자를 입력해 보여줬다. 5300위안(약 94만원)이다. “짝퉁도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점원의 눈빛이 달라졌다.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사원 아니냐”고 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사지 않을 거면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폰6 짝퉁 제품은 진품과 뭐가 다르냐고 묻자 “OS가 (iOS가 아니라) 안드로이드”라고 설명했다.많이 팔리는 제품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아니었다. 비싼 가격 탓이다. 대부분의 판매점에서 샤오미 또는 화웨이 제품이라고 했다. 샤오미 화웨이 짝퉁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지 보여준다. 삼성전자 직영점을 찾아가 “요즘 판매가 어떠냐”고 물었다. “잘 안 팔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스마트워치 판매점에선 아직 나오지도 않은 애플워치 짝퉁 제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 역시 중국산 제품이 인기 있었다.
◆모방에서 창조의 도시로화창베이엔 14만~16만개의 전자제품 및 전자부품 상점이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휴대폰 판매점이다. 휴대폰 판매상만 20만명이 넘는다. 화창베이에 이처럼 거대한 전자시장이 자리 잡은 것은 선전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선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어촌이었다. 1980년 덩샤오핑의 개방정책에 따라 중국에서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각종 세제 혜택 등에 힘입어 화웨이 등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물론 애플의 위탁제조업체 폭스콘 등 전자부품 제조업체들이 이곳에 자리 잡았다. 자동차로 홍콩과 45분, 마카오와 1시간10분 거리인 지리적 이점도 작용했다. 홍콩과 마카오의 영향으로 도시 발전이 가속화하고 외국인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선전은 세계적인 전자부품 생산기지로 발돋움했다. ‘선전에 가면 구하지 못하는 전자부품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 덕분에 최근엔 세계 하드웨어 창업자들이 선전으로 몰려들고 있다.
선전=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