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유가 '블랙스완'에…까맣게 속태운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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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3
신흥국 펀드 수익률 미끄러져
러 펀드 올 수익률 -40%
브라질도 10% 넘게 빠져
원자재 펀드는 '원금 반토막'
일부는 반등 노리고 '베팅'

◆원금 반 토막 펀드 ‘수두룩’16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개 러시아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36.63%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와의 분쟁, 유럽과 미국의 금융제재, 유가 하락 등의 악재가 잇달아 시장을 강타한 결과다. 러시아 대표 주가지수인 RTS지수는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49.73% 하락했다. ‘JP모간러시아’(-39.53%)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39.52%) 등도 올해만 투자 원금의 40%가량을 까먹었다.
13개 브라질 펀드들의 성적표도 우울하다.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16.44%) ‘신한BNPP브라질’(-14.26%) 등 주요 펀드들이 올 들어 10% 이상 손실을 냈다.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을 따지면 원금이 반 토막 아래로 줄어든 상품도 수두룩하다. 브라질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정책 기대감에 지난 9월까지 상승세를 보였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침체 우려로 최근 석 달 새 23.96% 고꾸라졌다. 브라질국채 투자자들도 울상이다.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연초 대비 10% 이상 추락해서다. 브라질채권은 환헤지가 이뤄지지 않는 상품으로 헤알화 가치 하락 폭에 비례해 손실이 커진다.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도 ‘원금 반 토막’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블랙록월드광업주’는 올 들어 21.70%의 손실을 냈다. 지난 5년간 누적 수익률은 -44.58%까지 빠졌다. ‘JP모간천연자원A’도 마찬가지다. 올해 18.52%의 손실을 낸 것을 포함, 최근 5년간 원금의 53%를 날렸다.◆투기성 상품으로 변질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언제 회복될지 기약이 없어서다. 내년엔 미국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흥국 자금의 미국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펀드와 관련, “원유값이 떨어진 데다 유럽과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러시아의 경기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한꺼번에 금리를 6.5%포인트 올린 부작용으로 내수가 더 움츠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브라질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김정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경기 침체로 원자재 수입을 줄였다”며 “원자재 가격과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상적인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가 투기성 상품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펀드 전문가는 “러시아, 브라질 펀드들의 기준가가 설정 당시 1000원에서 현재 300~400원까지 빠졌을 정도로 매우 싼 상태”라며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진정세를 보이는 시점에 주가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블랙스완black swan. 발생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키는 용어.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