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투자형 공모펀드 내년 1분기 국내 첫선…"회사 돈 넣은 펀드 믿어주세요"
입력
수정
지면A25
'자사펀드 투자금지' 폐지로자산운용사의 회사 자금이 투자된 공모 주식형펀드인 ‘책임투자형 공모펀드’가 내년 1분기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의 자사펀드 투자를 금지하는 기존 ‘자기운용펀드 투자 가이드라인’을 최근 폐지해 트러스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가 책임지고 운용할 가능성이 높아져 투자자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출시
외국선 '회사형 펀드' 각광
◆트러스톤운용 최대 100억원 투입1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내년 1분기 중 국내 최초 책임투자형 공모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펀드 투자 대상은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지역 주식이다. 트러스톤운용은 최대 100억원 정도의 회사 자금을 신규 출시하는 펀드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른 자산운용사도 책임투자형 공모펀드 출시를 검토 중이다. 주로 해외 투자자 대상 신규 펀드에 회사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외에선 자산운용사가 회사 자금을 투입한 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펀드 투자자 중 외국인이 많은 자산운용사가 책임투자형 공모펀드에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투자자 신뢰 커질 듯자산운용사들이 책임투자형 공모펀드 출시를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주 금융위원회가 ‘자기운용펀드 투자 가이드라인’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은 그동안 인덱스펀드, 단기금융펀드(MMF), 재간접펀드, 사모 부동산·특별자산펀드에 대해서만 자기자본의 10% 이내에서 1년 미만 투자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들 펀드를 제외한 일반 주식형펀드 등에 대해선 투자가 원천 차단됐다.
금융위는 이런 규제를 없애 자산운용사의 자율성을 키워주는 것이 펀드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공모펀드에 자산운용사 자금이 투입되면 펀드매니저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운용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트러스톤운용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펀드를 신뢰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의 하나로 회사 자금을 투입한 펀드 출시를 오래전부터 검토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국내 펀드산업 발전 계기
전문가들은 책임투자형 공모펀드 출시로 국내 펀드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자산운용사가 자사 상품에 회사 자금을 넣는 펀드가 ‘회사형 펀드’라는 이름으로 정착됐다”며 “자산운용사와 펀드투자자 간 이해관계가 같아지고, 펀드매니저들이 더욱 신경 써 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 대표는 “은행, 증권 등 계열사에서 펀드 출시 때 투자받는 경우가 있지만 자산운용사가 직접 자기 돈을 투자하면 그만큼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