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위기 러, 금리 6.5%P 인상 '극약 처방'

98년 위기 이후 최대폭
한때 달러당 80루블 붕괴
신흥국으로 확산 조짐
< 러시아 물가 폭등…생필품 사재기 >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달러당 60루블을 넘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민들이 대형마트에서 생필품을 사고 있다. 러시아에선 식료품값 등이 오르면서 물건을 사재기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모스크바이타르타스연합뉴스
러시아 중앙은행이 15일(이하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 번에 6.5%포인트 올리는 충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러시아의 기준금리는 연 17%가 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임시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환율 방어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이날 하루에만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9.7% 급락, 달러당 64.45루블까지 떨어지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루블화 가치는 국제 유가 급락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로 약 1300억달러의 외국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올 들어 60% 이상 폭락했다.이날 금리 인상폭은 1998년 러시아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 이후 최대 수준으로, 루블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이 영향으로 16일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8%까지 반등했으나 얼마 못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전날 대비 24.3% 떨어진 80.1루블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80루블 선이 붕괴됐다.

시장에선 러시아의 통화위기가 다른 신흥국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