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다 팔렸다 좋아 말고, 더 팔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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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불황에도 팔리는 건 팔린다
김경인 옮김 / 윌컴퍼니 / 256쪽 / 1만4000원

스즈키 회장은 《최악의 불황에도 팔리는 건 팔린다》에서 1973년 세븐일레븐 재팬을 설립한 이후 상품·유통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뤄내며 일본 최대 유통그룹을 일궈낸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판매력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원칙과 조건을 제시한다.저자는 먼저 ‘품절’을 예로 들어 판매자와 고객의 시점을 설명한다. 판매자는 상품이 품절되면 자신의 판매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품절 이후 찾아온 고객은 ‘왜 더 넉넉하게 준비해 두지 않았지?’라고 불만을 품으며 판매자의 판매력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저자는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상품이 예상보다 빨리 팔려 진열대가 비면 품절이 아니라 ‘결품’으로 본다”며 “발주의 착오로 간주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점포 담당자에게) 주의를 준다”고 말했다.

스즈키 회장은 당시 1인 가구와 여성 취업률 증가에 맞춰 ‘편의점’과 ‘식사용 장보기’를 결부한 새로운 점포 만들기에 도전해 편의점 업계를 성장시켰다. 그는 “41년 전 세븐일레븐을 창업했을 때 편의점에서 식사용 장보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소비자에게 ‘감동’이라는 감각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한 고객이 싫증낼 일도, 시장이 포화상태가 될 일도 없다”고 강조한다.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는 항상 변하기 때문에 한곳에 머물렀다가는 불모지대에 빠지고 만다. 그럴 때는 새로운 공백지대를 찾아 옮겨야 한다. 저자는 ‘고품질’과 ‘편의성’이란 두 좌표축으로 설명한다. 상품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과 품질에 좀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고객 비율이 6 대 4라고 할 때 어느 쪽을 타깃으로 삼아야 할까.고품질보다 편의성이 인기상품을 만들기 쉽기 때문에 많은 판매자가 60%의 고객을 선택한다. 그 결과 판매자의 90%가 상품을 공급하면 머지않아 포화상태가 되고 가격경쟁에 빠진다. 유통업계 자체 상표(PB) 상품 시장이 실제로 그랬다. 반대로 질을 추구하는 고객의 수요에 판매자의 10%가 대응하면 경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고품질 PB인 ‘세븐프리미엄’을 개발해 전례 없는 성공을 거뒀다. 저자는 “진입이 쉽고 누구나 겨냥하는 60%의 고객에게만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며 “공백지대에 있는 40% 고객의 니즈에 대응해야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히트 상품으로 이어지는 ‘끊임없이 변하는 고객의 니즈’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스즈키 회장은 “전문가가 아닌 ‘초보자의 시선’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불만을 느끼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초보자의 시선으로 ‘왜 이렇게는 안 되는 거지?’ ‘좀 더 이러면 좋을 텐데’라는 소박한 의문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고 창조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과감한 도전이다. 저자는 성공에서 우연적이고 행운적인 요소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는 것은 적극적인 도전과 노력이다. 그는 “과감한 도전은 리스크를 높이기도 하지만 노력을 거듭하면 행운과 만날 확률도 높아진다”며 “하루하루 진검승부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파는 힘’이 강해진다”고 말한다.
스즈키 회장은 책도 독자의 시점에서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 갔다. 유통뿐 아니라 출판 방송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와 경험담을 들며 논지를 명쾌하게 풀어 설명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