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의 승리…국고채 30년물 투자자 年20% '대박'

재테크 엇갈린 희비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채권값 크게 올라
간판기업 실적 하락…주식 투자자 '낙마'
올해 재테크 상품 중에서 채권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자 채권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연 2.5%→연 2%)하면서 채권 가격을 끌어올렸다. 대표적인 투자 상품인 주식과 안전자산이지만 국제시세 변동이 컸던 금은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예금 금리는 연 2%대 초·중반까지 떨어졌다.
○장기채 투자자들만 ‘대박’올해 채권 중에서 가장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둔 것은 장기 채권이었다. 30년 만기 국고채가 대표적이다. 이 채권은 2012년 국내에서 처음 발행된 직후 가격이 20~30% 하락(채권 금리 상승)했지만 올 들어 급반등했다. 상당수 투자자가 가격 상승에 따른 평가 차익에다 쿠폰 금리를 합해 20% 넘는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9일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국고채 가격은 액면(1만원)당 1만16원을 기록했다. 올초 8000원 선에서 움직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가량 상승한 가격이다. 이 채권은 6월과 12월 두 차례 이자(액면금액의 연 3%)를 지급하기 때문에 총수익률은 더 높아지게 된다. 분리과세 혜택이 있어 거액 자산가들이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10년 만기 국고채의 수익률도 10% 안팎에 달하고 있다.

장기 국고채의 투자 수익률이 좋은 것은 올해 시장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등의 영향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당초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다. 작년 말 연 3.9% 수준을 보였던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현재 연 2.8~2.9% 선까지 낮아졌다.올해는 만기가 짧은 채권도 짭짤한 수익을 냈다. 3년 만기 국고채 가격은 작년 말 액면 1만원당 8494원에서 최근 1만50원대로 상승, 평가차익이 10%를 넘었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채권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 수익률은 금·주식 순

올해 주식과 금은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한 주식 투자 수익률은 지난 17일까지 -3.4%로 가장 저조했다. 증시는 3년반째 제자리걸음이다. 2011년 5월2일 2228.96으로 고점을 찍은 뒤 3년7개월 동안 한 번도 2200선을 돌파하지 못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최고치(2082.61)와 최저치(1886.85) 차이가 200포인트도 안 될 정도로 박스권이 좁혀졌다.가장 큰 원인은 간판 기업들의 실적이 하락세인 데다 뚜렷한 상승 동력도 없어서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24조5848억원으로, 지난해(36조7850억원)보다 33.2%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증시 전망도 녹록지 않다. MSCI 한국지수 구성 기업들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101조750억원으로, 올해 대비 1.04%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는 “중국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까지 올린다면 한국 경제엔 일부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과거 5년 및 10년간의 자산 성적표를 놓고 보면 주식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는 통계다. 주식의 지난 5년간 수익률은 27.3%로, 채권(35.1%) 다음으로 좋았다. 10년 수익률 역시 125.6%로, 금(161.6%)의 뒤를 이었고, 채권(67.7%)보다 나았다.

조재길/하헌형/황정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