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급락도 버거운데…악재 겹친 정유社

바이오디젤 의무혼합 비율 오르고
나프타·LPG용 원유엔 관세 폭탄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 내년 8월부터 2.5%로 올라
원료수입 부담 금액 가중
LPG용 원유 관세 2%붙어…업계 내년 세금만 1800억
국제유가 급락과 글로벌 공급 과잉 탓에 최악의 실적난에 빠진 정유업계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잇따르는 악재에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다 내년 하반기부터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이 높아져 바이오 원료 구매 부담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액화석유가스(LPG) 업계도 LPG 제조용 원유에 수입관세가 부과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 유가 하락으로 가뜩이나 줄어드는 LPG 수요가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부담액 ‘눈덩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2%인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비율을 내년 8월부터 2.5%로 올리기로 했다. 2018년부터는 3.0%로 더 높아진다. 바이오디젤은 경유 차량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정부가 2007년 도입한 제도로, 정유사는 팜유 등을 경유에 의무적으로 섞어 판매해야 한다.

대한석유협회는 바이오디젤 제조에 따른 정유사들의 부담액이 올해 850억원에서 내년 1000억원, 2018년 1300억원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다 동남아 등에서 수입하는 팜유를 바이오 연료로 쓰다 보니 원가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국산 바이오 연료는 총 42만t으로 전체의 38.3%에 그쳤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연료 혼합 비율 상향으로 수입 팜유 가격이 올라 정유사들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며 “바이오 연료 국산화에 맞춰 의무 혼합 비율을 높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프타·LPG용 원유엔 관세 폭탄

나프타 제조용 원유와 LPG 제조용 원유에 대한 수입 관세 부과로 정유 및 LPG 업계가 한꺼번에 직격탄을 맞았다.정부는 지금껏 나프타가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만큼 이를 제조하는 데 쓰이는 원유에는 관세를 물리지 않았다. 하지만 부족한 세수 충당을 위해 내년부터 1%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무관세였던 LPG용 원유에도 2%의 관세가 붙는다. 이에 정유업계는 1100억원, LPG업계는 700억원의 세금 부담을 안게 됐다. LPG업계 관계자는 “2010년 이후 국내 LPG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 관세까지 부과돼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석유화학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관세 부과는 ‘국산 나프타 가격 상승→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중국산에 쫓기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올 상반기 239억달러로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일반기계에 이어 5위 품목이었다.

○정제마진 개선도 ‘기대난’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정유사업 부문에서 97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원유 재고 손실이 불어난 탓이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9월 말 배럴당 95.01달러에서 지난 18일 56.42달러로 석 달 새 40.6% 급락했다.

정유사들의 수익 잣대인 정제마진 회복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싱가포르 상품시장에서 두바이유 단순정제마진은 올 1분기 배럴당 0.42달러였으나 3분기에는 -1.11달러로 떨어져 설비를 가동할수록 적자를 내는 구조다. 중동과 중국 등이 대규모 정유시설을 증설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인 탓이다. 4분기 들어 정제마진이 1달러 선으로 회복됐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한 해에만 하루 121만배럴의 정유설비 순증설이 이뤄져 경기 회복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정제마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