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사장단, 리더십 공부에 열중했다

올해 47회 수요 사장단 회의
리더십 관련 강연 여섯 번 열려
올해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 중 하나는 리더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입원과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진 점과 무관치 않다. 차세대 리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커지는 가운데 공감 리더십, 하모니(조화) 리더십, 수성(守城) 리더십이 조명됐다.

24일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47차례 열린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두 차례에 그쳤던 리더십 강연이 올해 여섯 차례로 늘었다. 이 중 네 번은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난 5월10일 이후 열렸다. 8월 차동엽 신부의 ‘교황의 공감 리더십’, 9월 박현모 세종리더십연구소장의 ‘세종대왕 리더십’, 11월 박칼린 뮤지컬 감독의 ‘하모니 리더십’ 강연에 이어 이달 17일에는 남극 전문가인 윤호일 해양과학기술원 연구부장이 ‘극한의 위기관리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맞춰 초청된 차 신부는 교황의 리더십을 “가장 낮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박 소장은 한국사에서 가장 성공한 수성 군주로 꼽히는 세종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현장경영”이라고 요약했다. 남극 세종기지 대장을 지낸 윤 부장은 ‘땅콩 회항’을 거론하며 “위기 시에는 모든 것을 벗어놓고 신속히 내려가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적 부진과 불황으로 경영 관련 강연도 지난해 14차례에서 올해 22차례로 늘었다. ‘초원에서 최강자들이 살아가는 법’ ‘선도기업의 딜레마와 극복 전략’ ‘가치혁신과 지속성장 전략’ 등 미국 애플, 중국 샤오미 등의 협공을 받고 있는 삼성의 고민이 담긴 주제가 많았다.

인문학 강연은 지난해 7회에서 올해 2회로 줄었다. 이날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유교, 잊혀진 삶의 기술’ 강연이 올해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의 마지막이자 두 번째 인문학 강연이다.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는 휴가철을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에 열린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 시작된 ‘수요회’가 모체지만 수요 사장단 회의로 이름이 바뀌고 강연이 정착된 것은 2010년부터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그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 직접 강의를 듣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는 이건희 회장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