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융복합시대의 産學협력 성공조건

"기초 다지고 응용하는 産學 역할
서로 필요를 맞춰줬는지 성찰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확대해야"

이의수 < 동국대 LINC사업단장, 한국공학교육학회장 >
한국의 근대화는 1960년대부터 시작해 1970년대에 이르러 본격화됐다. 이 기간 산업은 선진 기술의 도입과 모방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졌다. 이를 토대로 자본 집약적인 중화학산업의 기반을 조성했다. 산업사회로의 진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술계 고등학교 설립 등 기술교육을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도 급속히 확대했다. 공학계열을 중심으로 한 대학교육이 틀을 잡기 시작한 시기였다.

1980~1990년대에는 전자산업, 하이테크기술이 요구되는 산업으로 확장했다. 2000년대부터 지식기반, 융복합 산업이 태동하는 산업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은 세계의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공여하는 국가로 변신한 최초이자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그러나 2000년대 들어 국가 발전의 토대가 된 공학 등 대학교육에 대한 산업계 불만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산업은 앞서 나아가고 있는데 대학의 교육, 특히 공학교육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체마다 사원들을 재교육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산(産)과 학(學)의 구조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기간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성숙단계에 들어간 산업계는 사회 변화에 대응해 짧은 시간에 융복합의 형태로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 반면 지식의 습득(교육)은 체계적인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런 시간 차이를 극복하고 산학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과제다. 창의적인 선도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산업계 요구에 맞춰 인력을 배출하는 대학의 맞춤식 교육이 가능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산업이 다양한 지식기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는 1970~1980년대에 토대를 완성한 중화학 공업이 든든하게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철강, 반도체라는 기본 산업의 토대 위에서 자동차, 전자산업이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디자인, 콘텐츠 등의 산업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기초원료산업부터 응용산업에 이르기까지 피라미드 구조의 형태가 이뤄질 때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

산학 간의 역할도 비슷하다. 대학에서 튼튼한 기초를 다지고, 산업체에서 다양한 응용 능력을 키우고 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런 산학 간 역할이 긴밀하게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면 최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이를 위해 산학은 진정성을 갖고 자신들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산학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단기간 취업률 등 양적인 측면에만 관심을 뒀다. 취업 기업에서의 지속적 근무 여부와 산업체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기업은 자신에게 꼭 맞는 인력을 대학이 배출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이를 위해 대학과 함께 노력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현장실습, 캡스톤 디자인, 교과과정 개편을 위한 산학협의체 운영 등과 같은 다양한 산학협력 활동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대기업은 자신들의 산학활동 못지않게 시간과 인력 여유가 많지 않은 중소기업을 위해 기여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산업이 고도화, 융복합화되고 창조산업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산과 학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산과 학이 서로가 서로에게 수요자가 돼 함께 소통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산학협력이 이뤄져야 기초가 튼튼한 인력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산업을 일궈낼 수 있다. 이들이 다시 학교에서의 재교육을 통해 산업에 기여하는 선순환 고리를 산학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이의수 < 동국대 LINC사업단장, 한국공학교육학회장 eslee@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