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중3부터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바뀐다

교육부, 등급만 표시…구체방식 내년 상반기 결정
변별력 떨어져 국어·수학 사교육 '풍선효과' 우려도
교육부가 현재 중3 학생들이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는 2018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과열된 영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의도지만 오히려 국어나 수학 등 다른 과목의 사교육이 확대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가체계 ‘9등급 또는 4~5등급’
교육부는 25일 2018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난이도가 높은 문제가 시험에 출제되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대평가는 무한경쟁을 만들어 교육 과정 범위와 수준을 넘는 과잉학습이 유발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 영어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논의는 꾸준히 진행돼 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수능 영어과목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고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8월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을 강조했다.수능 영어에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성적표에는 점수 없이 등급만 표시된다. 현재는 등급, 표준점수, 백분위가 나온다. 교육부는 몇 개의 등급으로 할지, 등급 분할 방식을 어떻게 설정할지를 최근 구성한 수능개선위원회의 ‘중장기 수능 운영 방안’과 연계해 내년 상반기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평가 방식으로 △고정분할 방식에 의한 ‘9등급제’와 △준거설정 방식에 따른 ‘4~5등급제’ 등 두 가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고정분할 방식은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와 마찬가지로 일정 점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눈다. 예컨대 91~100점까지는 1등급, 81~90점까지는 2등급이 되는 식이다.

준거설정 방식은 등급 기준 점수가 매년 달라진다. 응시자들의 점수분포를 감안해 적절하게 등급을 나눈다. 예컨대 시험이 쉬우면 1등급 구분점수가 올라가고 어려우면 낮아지는 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준거설정 방식이 더 타당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수능 영어영역의 절대평가 적용 시 문항 수와 배점, 시간 등도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국어·수학 사교육 확대 우려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변별력이 떨어져 국어와 수학 등 다른 과목의 사교육이 확대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영어에서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상위권 대학에서는 영어시험의 변별력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결국 국어·수학·탐구영역의 중요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국어 수학 등의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내년 3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영어 공부에 소홀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정 수준만 넘으면 1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어 문제가 전반적으로 쉬워진다는 게 아니라 절대평가에서도 일정 수준의 변별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와 함께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영어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의 비중을 늘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대학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등 학생부 전형 중심의 대입전형 체제가 확립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